◎맥주·화장품·쥬스 등 고급신제품 매출 되레 증가 기현상「비싸야 잘 팔린다」
불황으로 소비제품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업계가 지난해 판매수준을 유지하기 급급한데 반해 높은 값을 매겨 내놓은 고급제품들은 오히려 매출이 느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사람들의 소비행태변화와 남과는 달라 보이고 싶다는 허영심을 자극하는 「프리미엄」시장 만들기 전략이 불황에도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식료품 음료 화장품 주류 등에서 잇따르는 프리미엄 상품 판매를 뒷받치기 위해 이벤트 등 광고전략도 다양하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 몫 잡겠다는 의지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맥주시장. 「고급맥주」라는 이름을 달고 지난해 OB맥주가 「카프리」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진로쿠어스맥주가 「레드락」을, 조선맥주가 「하이트 엑스필」을 잇따라 선보였다.
노란색 붉은색 녹색의 색깔 마케팅까지 곁들여 차별화를 시도한 프리미엄맥주는 불황으로 전체 맥주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에도 아랑곳없이 시장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맞상대 없이 외롭게 프리미엄맥주 시장을 지켜온 카프리는 지난달 돌려서 따는 병마개와 목이 긴 병 등으로 제품외양을 바꾼 「뉴카프리」를 내놓고 한달만에 900만병을 팔았다. 여태까지 월평균 판매량보다 40% 늘어난 양이다. 올해 4월 선보인 레드락도 첫달동안 200만병을 판매했다. 하이트엑스필도 레드락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여 프리미엄맥주시장은 금액기준으로 지난해 650억원에서 올해는 2,0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시장을 넓히기 위한 업계의 광고전략도 가지각색이다. OB맥주는 신촌 등 서울시내 주요상권을 돌아다니며 술집과 소매점에 뉴카프리를 공짜로 나눠주거나, 카프리와 바꿔 주고 있다. 조선맥주는 신세대의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등장시킨 무료 시음회를 홍대입구 등에서 열고 있다.
나드리화장품이 지난해 4월 내놓은 「프랑수아 코티」라는 화장품은 기초·색조화장품을 합쳐 평균 가격이 2만8,000원∼3만원선이다. 이 회사의 일반화장품 값이 1만∼1만5,000원인 것에 비하면 최고 3배정도 높은 가격이다. 프랑수아 코티는 지난해 내내 한달 매출이 2억∼3억원정도에 머무르다 본격적인 소비불황에 접어든 올해들어 매출이 오히려 매달 8억원정도로 늘었다.
나드리 관계자는 『화장품시장의 전체 매출이 올해들어 정체상태인데 비해 프랑수아 코티만 유독 잘 팔리고 있다』며 『기존의 대리점과는 별도의 대리점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면서 「고급」을 강조하는 마케팅전략을 펼친 효과』라고 설명했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밖에도 가야당근농장·토마토농장이나 롯데칠성의 델몬트 프리미엄쥬스를 프리미엄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들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배에도 프리미엄이 붙었습니다」는 광고를 내면서 배음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식료품시장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풀무원 청정원 해찬들 산내들 참그루, 소주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참나무통맑은소주 김삿갓 등도 고급화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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