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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업종서 발목잡혀 ‘몰락’/올들어 쓰러진 5개 재벌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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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업종서 발목잡혀 ‘몰락’/올들어 쓰러진 5개 재벌 공통점

입력
199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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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업종서 번돈 건설·유통 쏟아부어/빚경영으로 재무구조 극도 악화/‘가벌형태’ 2세경영도 실패요인한보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등 최근 5개월새 무너진 다섯 재벌들의 경영안팎을 뜯어보면 일련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도산한 재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두 주력업종에 발목을 잡혔다는 점이다. 5개 그룹들은 건설 유통 면방 등 한결같이 불황과 극심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업종들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우선 한보를 제외한 4개 그룹은 공통적으로 유통업에 손을 댔고 특히 다른 사업에서 번돈을 유통업에 쏟아부었다. 진로는 「술 회사」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 유통업에 진출, 서울 의정부 청주 등에 백화점을 잇따라 세우고 편의점(베스토아)까지 손을 댔다가 결국 자금압박끝에 쓰러지고 말았다. 대농도 주력인 면방업의 부진속에도 미도파백화점의 확장을 추진한데다 미도파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휘말려 무려 1,300억원의 자금을 쓰는 바람에 몰락의 길로 빠졌다. 한신공영 역시 전국 4개 도시에 한신코아백화점을 세우는 등 건설에서 번 돈을 유통업에 쏟아붓다가 법정관리로까지 갔고 삼미도 이태원에 비바백화점을 세웠다가 곧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 유통업은 현금수입업종인 탓에 기업들로선 진출욕심이 크지만 시장개방과 할인점 등장 등 구조조정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이란 점에서 어떤 업종보다도 위험이 크다는 점이 입증됐다.

건설도 도산재벌들의 공통업종이다. 한보는 유원건설의 무리한 인수로 화를 자초했고 진로 한신공영 등도 건설경기침체와 미분양·미수금증가로 돈이 땅에 묶이는 바람에 자금난이 악화했다. 작년 우성 삼익 삼익 동신 등 중견건설업체의 연쇄도산은 건설업이 재벌몰락의 주범임을 입증해 준다.

「빚경영」에 따른 재무구조악화도 도산기업들의 한결같은 특징이다. 진로와 한신공영은 전체자산에서 자기돈이 차지하는 비율(자기자본비율)이 각각 2.2%, 14.3%에 불과하고 대농 삼미는 아예 자본잠식상태다. 그러다보니 이자부담도 커져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삼미 186원 ▲진로는 214원 ▲한신공영 99원 ▲대농은 116원을 금융비용(이자)으로 지출했다.

「2세경영」도 빼놓을 수 없는 유사점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점을 반증해주고 있다. 장진호 회장의 진로, 김현배 회장의 삼미, 김태형 회장의 한신공영은 2세경영이 완전구축됐고 대농은 사실상 박영일 회장의 2세경영체제이며 한보도 2세 정보근 회장에게 경영권이 상당부분 넘어간 상태였다. 특히 이들은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아주 젊은 나이에 경영을 인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2세경영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잘나가는 2세 재벌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들은 2세경영체제 구축과정에서 전문경영인 활용과 소유-경영분리 보다는 가벌형태로 회사를 운영, 상황변화의 적응에 실패했다고 재계관계자들은 지적했다. 2세 경영인의 경우 창업주와는 달리 사업기반을 다지기 보다는 넓히려는 무모한 확장욕을 갖고 있으며 영토확장 과정에서 무리수가 자주 나타나 몰락의 길로 빠져들곤 한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이들 그룹 몰락의 유사점들이 우연의 일치가 아닌, 거대재벌의 붕괴를 부채질한 구조적 요인이라며 경기침체와 구조조정과정에 처해 있는 다른 기업들도 「타산지석」로 삼아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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