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지금 열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8룡, 8국지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당내 경선구도는 복잡하고 미묘해지고 있다.경선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았지만, 아직 대세를 굳힌 주자는 나타나지 않고있다. 물론 이회창 대표가 선두를 달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격차가 다른 주자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닌데다 도전자들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당분간 혼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후보등록 추천규정이 「8개 시도에서 각각 50∼100명 추천」에서 「3개 시도에서 50∼100명」으로 완화하면서 주자들의 숫자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혼미한 판세에서는 「제휴의 정치학」이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누가 다른 주자들의 마음을 잡느냐, 누가 의원들의 이해를 충족시켜주느냐, 누가 명분을 선점해가느냐에 따라 우열의 구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지구당위원장들의 다수는 아직 관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전과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집요한 설득, 서서히 이루어지는 편가르기 속에서 의원, 위원장들은 하나 둘 지지대상을 결정해 가고있다.
주자들도 이 고비에서 기선을 제압해야만 판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고 측근 보좌진 외곽세력을 총동원해 의원, 위원장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비록 당 밖에서는 대선자금의 외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이들 주자들은 대선자금 논쟁조차 대권게임의 변수로 이용할 뿐이다. 이제 진정한 용들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이회창 대표/“지구당 40% 장악”
선두주자로 대세굳히기를 시도하면서도, 자신에 집중되는 견제의 화살에 적지않은 고통을 겪고있다. 이대표측은 자체적으로 의원, 위원장 100명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산상으로는 253개 지구당중 40%를 장악한 셈이 된다. 다소 과장됐다해도 탄탄한 지지세를 구축한 것만은 틀림없다.
서상목 백남치 하순봉 의원 등 12인의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확산작업이 최근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반이 진영의 도전이 대표직 사퇴를 고리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대선자금 논란 등 정국상황이 이대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홍구 고문/“합종연횡서 승부”
대표직 사퇴이후 다소 세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이수성 고문의 부상은 이홍구 고문에게는 다소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권력분산론, 원만한 정치스타일 등을 내세우며 끈질기게 지지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고문측은 경선구도가 복잡해지고 주자들간의 갈등이 심화하면 할수록 화합형 리더십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결정적 순간의 한판 승부」를 노리고 있다. 때문에 이고문은 당장 의원, 위원장 확보에 모든 것을 던지고있지는 않지만 소리없는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낸뒤 주자들의 합종연횡에서 대안의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고문은 특히 민주계가 권력분산의 논리에 동조, 자신을 지지할 경우 대세장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한동 고문/“끈끈한 결속” 자랑
민정계의 유일한 대표주자인데다 오랜 정치경력을 갖고있어 끈끈하게 결속된 지지세력을 갖고있다. 또한 안정된 이미지, 이념적 보수성 등으로 당내에 뿌리깊게 내려있는 여당성향의 대의원들에 가깝게 접근해있다.
이고문은 오는 2일 출마선언을 하면 김영구 현경대 의원 등 두 중진을 비롯, 중부권과 민정계 의원들로 지지캠프를 구성할 계획이다.
최근 당내 대의원들을 상대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2∼3위의 만만치않은 지지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난데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이고문은 일단 중부권을 석권한뒤 호남, 영남권 공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최병렬 의원/“대의원 현장설득”
후발주자로 사실상 별다른 세력은 없다.
최의원도 이를 인정, 의원이나 위원장을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에 무게를 두지는 않고있다.
오히려 지방을 누비며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난국극복, 위기관리의 대안으로 자신이 적임자임을 설파하는 현장주의를 택하고 있다. 최의원은 구여권출신이라는 인연으로 민정계를 공략하고 있으며 장관, 서울시장 재임시 보여준 행정역량을 바탕으로 능력있는 리더십을 기대하는 저변에 접근하고 있다.
경선현장, 대의원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서 의원, 위원장들을 움직이겠다는게 최의원의 구상이다.
◎이수성 고문/“소리없는 상승세”
최근 부상하고 있는 기세를 판세뒤집기로 연결시키겠다는 자세다. 온산(최형우)계가 비공식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으며 최대계파인 정치발전협의회의 상당수가 이고문에 우호적이다. 캠프에 합류한 의원은 강용식 강성재 의원 정도이지만 소리없이 조력하는 의원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부산·경남지역의 의원들이 이고문쪽으로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주변 상황이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회창 대표로만 집중된 견제가 이고문쪽으로 분산될 정도다. 이고문측은 우선적으로 정발협의 지원을 얻는다는 계획아래 민주계 공들이기에 정성을 쏟고있다.
◎박찬종 고문/“본선 경쟁력” 공세
30% 안팎의 대중적 지지도를 기반으로 「본선 경쟁력」을 내세우며 지지의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박고문은 의원, 위원장 보다는 대의원 저변의 지지가 훨씬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고문은 일단 부산·경남 의원, 위원장들을 지지그룹으로 끌어들이려하고 있다. 실제 부산의원들중 상당수는 지역민심을 고려, 박고문 지지로 기울고 있으며 박고문은 이를 당내 기반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이수성 고문의 등장이 걸림돌이 되고있다. 이에따라 박고문측은 이회창 대표에게 집중했던 견제를 분산, 이고문에게도 「어부지리론」 「무임승차론」 등의 공세를 취할 계획도 검토중이다.
◎김덕룡 의원/“당내지지 선두권”
치열한 저변다지기로 강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김의원은 지난 30일 자파 모임인 국가경영연구회를 의원, 위원장 94명으로 발족, 탄탄한 당내 기반을 과시했다. 김의원측은 히든카드로 숨겨놓은 민정계 중진 6∼7명을 포함하면 100명 이상을 지지세력으로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수를 감안해도 김의원 지지세는 당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어 다른 주자들이 「연대 1순위」로 꼽고있는 상황이다. 김의원 지지그룹중 다수는 초·재선으로 적극적인 실천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명환 맹형규 이신범 이원복 의원 등이 선봉에 서있고 있으며 이들은 「김덕룡 희망투어」를 기획, 지역현장 표밭갈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인제 지사/“대중성 확보 성공”
당내 지지기반은 약하다. 그러나 이지사는 신선한 이미지, 세대교체의 당위성 등을 내세우며 상당한 대중성을 확보했으며 이를 경선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지사는 기존 정치구도에 싫증을 느낀 국민들이 많고, 대의원들 사이에도 정치불신의 기류가 강하다는 사실을 읽고 「밑바닥 훑기」로 승부를 내겠다는 자세다. 이지사는 주변에서 도와주는 의원들이 거의 없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우호적이기 때문에 실제 경선에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지사는 특히 최근 상승세를 타고있는 대중적 이미지로 본선에서 낙승을 이룰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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