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 25년만에 ‘지각 재심’「미국 정치범 1호」로 불리는 엘머 「제로니모」프랫에 대한 재심이 25년만에 열린다. 프랫은 72년 여교사 살해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과격 흑인인권단체 「블랙 팬더(흑표범)」의 전 국방차관겸 로스앤젤레스 조직책. 당시 블랙팬더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에드거 후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조직분쇄 차원에서 자신을 엮어 넣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온 프랫은 그동안 16차례에 걸쳐 재심 청원을 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대법원 에버렛 디키 판사는 지난달 29일 프랫의 재심 요청과 관련, 『FBI의 정보원으로 밝혀진 당시 증인의 진술이 재판의 방향을 호도했다』는 그의 주장을 인정했다. 디키 판사는 이어 프랫에 대한 재심 또는 「다른 적절한 절차」를 밟도록 선고했다.
이 판결은 그의 석방을 탄원하던 흑인 인권단체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자 자니 코크란 변호사의 또 한차례 빛나는 승리로 기록되고 있다. O J 심슨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드림팀」을 이끌었던 코크란은 지난해 이 재판에서 승소한 후 프랫 구명에 진력, 이번 판결에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원심의 주요 증인이 FBI가 블랙팬더에 심어 놓은 첩자였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낸 것이다. 사건당일 프랫은 자신이 오클랜드 블랙팬더본부에 있었다고 알리바이를 댔으나 이 증인이 사건현장인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랫을 봤다고 증언함으로써 번복됐다. 코크란 변호사는 17번째 재심청원을 내며 『이번이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는 마지막이자 가장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재심에 대한 우려 또한 없지 않다. 60년대 극렬했던 흑백 분열의 아픈 상처를 되살려 양측 갈등을 심화시킬지 모른다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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