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부터 6년간 “20억 헛투자”/서울시 연내 26곳 원상태 설치서울시가 차량소통과 보행자 편의를 고려해 기존의 횡단보도를 교차로에 일직선으로 맞춰 변경한 것이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최근 횡단보도를 원래의 위치로 복구키로 해 행정과 예산을 이중으로 낭비하는 꼴이 됐다.
서울경찰청 교통발전연구실 전용환 실장은 30일 『서울의 교통사고중 20%가 교차로에서 발생하는데 횡단보도를 교차로와 일직선으로 설치한 것이 주요인』이라며 『사고다발 교차로 95곳중 연내 26곳의 횡단보도를 교차로 바깥쪽으로 이동,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위해 서울시와 2억5천만원 규모의 사업을 확정, 횡단보도를 교차로에서 5∼6m바깥쪽으로 옮겨 차량이 보행신호때 대기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신호등의 위치도 조정키로 했다.
제대로 설치됐던 횡단보도를 현재의 위치로 변경한 것은 88년 서울시가 용역을 의뢰, 시행한 교통체계개선(TSM)사업의 일환이었다. 차량의 교차로 통과거리를 최대한 단축해 소통을 원활히 하고 보행자들이 「ㄱ」자나 「ㄴ」자 등으로 2개 횡단보도를 잇따라 건널때 동선을 짧게 해 불편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88년부터 94년까지 20여억원을 들여 주요간선로 교차로 3백여개의 횡단보도를 변경했다.
그러나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때문에 돌지 못하고 직진차선을 막고 서는 경우가 발생, 정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또 직진 신호와 동시에 같은 방향의 보행자 신호가 켜져 좌회전 차량이 신호내에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하면 반대편에서 오는 직진차량의 통행을 막아 차량이 뒤엉키기도 한다.
사고유발 위험도 커 ▲우회전과 좌회전 차량이 보행자를 치는 경우 ▲신호내 통과하지 못한 좌회전 차량이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직진차량과 충돌하는 사례가 잦다. 95년 서울지역 전체 교통사고발생량 4만2천1백건중 교차로에서만 5천6백39건이 발생, 65명이 사망하고 7천7백89명이 부상했다. 교차로 인근까지 합치면 사고발생량의 21.8%나 된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론만 앞세운 탁상행정으로 많은 부작용을 유발했다』며 『변경해야 할 횡단보도의 위치에 지하철역이나 한전 케이블망이 설치되어 있어 원상회복이 어려운 곳도 많다』고 말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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