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과 판화로 만나는 현대인의 모습결박당한 시인의 머리, 깊은 주름이 패인 얼굴. 화랑에서 만나는 현대인의 모습엔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열패감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 우리의 현실은 언제나 회백색일까.
30일부터 6월8일까지 토아트스페이스(02―511―3399)에서 열리는 조각전시회 「박정환전」, 6월4일부터 17일까지 추제화랑(02―738―3583)에서 마련되는 판화전 「정원철 사이그림전」은 조각과 판화라는 매체를 통한 젊은 작가들의 세상보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광주교대 미술과 교수 박정환(41)씨의 작품은 건축재료 시멘트와 석회를 섞어 만든 백색의 조각물이다. 공중에 매달려 있는 나체상, 역시 공중에 떠 있는 다리와 손의 일부, 「시인의 낮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뻥뚫린 두개골의 모습은 부유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또 깨진 불상과 전화기, 코끼리 등 종교적 도상과 현대적 상징물을 통해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기억의 반추를 독촉하고 있다. 88년부터 최근작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7번째 개인전.
「대석리 사람들」 연작 등 기층민중에 대한 끈끈한 시선으로 목판화 작업을 해온 정원철(36)씨는 「사이 그림전」에서는 예전과는 달리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농부와 촌로 등 소외된 사람에 집착했던 그는 이제 한 마리의 진돗개, 소나무와 풍경 등으로 시선이 확대됐지만 목판보다 단단한 리놀륨판화에 살아있는 곱고 정세한 선은 여전히 애잔하다.
정씨는 지난해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냐에서 열린 21회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차석상을 받아, 22회 행사가 열리는 6월27일부터 9월30일까지 수상작가 초대전에 참가한다. 또 얼마전엔 폴란드의 크라코프 국제판화트리엔날레에서도 우수상을 차지, 근래들어 국제미술계에서 부쩍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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