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구멍뚫리고 종합과세 “흔들”/고액 현금거래 통보제도도 무산재정경제원과 법무부가 29일 발표한 금융실명제 보완방안은 「보완방안」이라기보다는 실명제 「해체방안」에 더 가깝다.
자칫 지하자금의 산업자금화를 촉진하고 국민의 편의를 증진한다는 명분 아래 정치권의 이른바 「떡값」거래를 사실상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합과세의 「천적」인 분리과세를 조장해 종합과세를 형해화함으로써 어렵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금융실명제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가장 주목을 해야할 대목은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정자법) 30조에 의거, 불법정치자금의 수수에 대해서만 「특정범죄」로 규정한 부분이다. 현행 정자법은 대가성이 없는 떡값은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자금세탁방지법은 불법자금이 금융기관에 의해 세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며 특히 한보사태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의 떡값 등을 처벌하는데 목적을 두고 제정이 추진됐었다.
그런데 문제는 「불법」과 「순수」의 차이가 애매하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은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힘들고 대부분 「코에 걸며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격이다. 정부의 법안대로라면 금융실명제에 정치자금이란 커다란 구멍이 합법화되고 정경유착이 오히려 심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당초 검토했던 고액 현금거래에 대한 국세청 검찰 등 관계기관 통보제도도 무산됐다. 금융실명제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통보제도는 없지만 검찰이나 세무관서가 영장없이도 현금거래정보를 열람·등사할 수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열람·등사는 「사단」이 벌어진뒤 조사에 나서는 사후대책, 즉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방식이어서 탈세 변칙증여 및 상속 등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효과가 적다.
당정은 이와함께 종합과세 대상자라도 최고세율(40%)에 의한 분리과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분리과세를 조장하고 결과적으로 금융실명제의 「최강의 암초」라고 할 수 있는 차명계좌나 차명거래를 묵인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왜 현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금융실명제를 이러럼 뜯어고치는 것일까. 명분은 93년 8월 긴급명령형태로 도입된 금융실명제가 국민에게 불안감과 불편을 초래하고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반면 지하자금의 양성화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헌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제에 긴급명령을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안과 자금세탁방지법안 등 2개 법안으로 입법화하면서 내용을 보완하되 보안방안의 초점을 지하경제와 가진자를 혼내서 사회정의를 세우자는 쪽보다는 구린 돈도 「도강세」, 즉 중소기업용 출자부담금이나 최고세율(40%)의 소득세 납부 등 일정한 「통과료」를 내면 「지상경제」로 입회시키자는 쪽에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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