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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미니멀리즘의 감칠맛/전광영전 내달 4일∼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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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미니멀리즘의 감칠맛/전광영전 내달 4일∼15일

입력
1997.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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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게 찢고 쪼개고… 수만번의 잔손질 눈길/시카고 아트페어 출품 8점 매진 성과도지난 12일 폐막된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박영덕화랑이 출품한 전광영(53)씨의 작품 8점이 다 팔리고, 추가로 다섯점의 작품판매를 의뢰받았다. 작품가격을 한국에서와 똑같게 매겼는데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외국화랑에서 전시를 갖자는 제의도 들어왔다. 한국출신 작가로서 이런 성공은 이례적이다.

『동양적 느낌이 강한데다 독창적이기 때문이겠지요』 전광영씨의 자평.

무엇이 동양적이고, 독창적일까. 원래 양화를 전공한 전씨는 그러나 요즘 작품에선 붓을 쓰지 않는다. 대신 한자가 인쇄된 한지를 잘게 찢고 이것으로 잘게 쪼갠 스티로폼을 보자기로 싸듯이 포장한다. 이것에 접착제를 바른 뒤 패널에 붙인다. 보통 100호 작품을 만드는데 작은 조각 7,000개가 쓰이며 포장하고, 묶는 잔손질만 2만회가 넘는다. 한지로 싼 조각은 한약방집 아들인 전씨에겐 한약봉지를 연상시키지만 외국인의 눈엔 오리엔탈적 감각이 물씬한 포장재이다.

양식은 지극히 절제된 세련미 풍기는 미니멀리즘적이면서도 각기 다른 입체감이 살아나는 작품의 맛이 그의 작품의 특성이다.

『서양이 박스문화라면 우리는 보자기문화인데, 이런 점이 외국인에게 어필한 모양』이라는 전씨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엔 손놀림의 감칠 맛이 살아있다.

점 몇개, 몇 가닥 선이 곧바로 「작품」이 되는 모노크롬, 미니멀리즘 작품에 반감을 가졌던 대중도 꼼꼼한 손맛이 들어간 작품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6월4일부터 15일까지 박영덕화랑(02―544―8481)의 전시회에는 「집합」연작이 선보인다.

홍대 회화과와 필라델피아 미술대학원을 마친 그가 「집합」식의 작업을 선보인 것은 10년전 쯤. 하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7년쯤 흘렀을까. 더 이상 대중의 눈치보기만은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이후 최근 3년동안 이 작업에만 매달렸다.

전씨의 공은 모노크롬, 혹은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양식을 개척했다는 점. 이제 남은 것은 그 기예적 발전에 따뜻한 감성과 신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그는 6월26일 미국 뉴욕 소호 킴 포스터 화랑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해외활동에도 주력할 생각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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