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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금융개혁/조철환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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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금융개혁/조철환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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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에서 금융개혁이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다들 뭔가에 쫓기는 것 같아』졸지에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잃을 위기에 빠진 재정경제원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놀랍게도 6월 임시국회 법안통과를 목표로 작업을 서둘러 온 금융개혁위원회의 교수출신 위원이 사석에서 털어놓은 말이다. 의사가 겉으로는 「며칠안으로 환자의 병을 깨끗이 고치겠다」고 장담하면서도 속으로는 「회생가망이 없다」고 포기하는 모순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혁은 낡은 것을 뜯어 고치는 작업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사회를 지배한 화두는 「개혁」이었다. 군인사개혁을 시작으로 금융실명제, 선거제도개혁 등 일련의 개혁작업이 추진됐지만 뒷끝이 개운치 않았다. 강력한 리더십은 있었지만 절차가 합리적이지도 못했고 투명성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상황은 금융개혁작업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는 대단하다. 그는 정권말기의 제한된 리더십에도 불구, 금융개혁에 불을 당겼다.

문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개혁위원회에 있는 같다. 금융개혁은 국가경제운용의 기본틀을 짜는 중대한 작업인데도 31명의 금개위원 가운데 불과 17, 18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대부분의 회의가 진행됐다.

최대쟁점 가운데 하나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지휘체계를 논의했던 17일 전체회의에는 불과 16명의 위원들만 참석했고 이 가운데 9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의결됐다.

의사정족수를 간신히 충족한 회의였다. 31명의 전문가 가운데 9명의 지지를 받은 정책이 과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나머지 15명의 위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금개위은 왜 뭔가에 쫓기 듯 중대사안을 처리했는가. 금융개혁도 졸속 개혁의 대열에 끼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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