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란 말조차 안나왔다” 정색/이 대표도 “걱정할 것 없다” 여유청와대 참모들은 28일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주례보고가 끝난 뒤 『대표직 사퇴 문제는 전혀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며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결심에 상관없이 두분 사이에 아무런 갈등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또 이날 주례보고가 평소보다 10여분 이상 긴 55분 가량이 걸린 것도 이대표가 당무보고 외에 중국방문 결과를 설명한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비서실장은 『「사퇴」란 말 조차 안 나왔다』고 정색을 했으며 강인섭 정무수석도 『오늘 분위기로 봐서 이대표 체제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수석은 『보고를 마치고 본관을 나서는 이대표에게 「신문에서 대표 사퇴 얘기가 많은데 당에서 해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자 이대표가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례보고 결과 발표에 「이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라」는 김대통령의 평소 언급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김대통령이 29일 대선주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당의 결속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본다』며 큰 의미를 두지말라고 말했다. 강수석은 『이대표가 귀국한 뒤 당직자들을 만났으나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더라는 말을 들었다』며 『주례보고 전후에도 표정이 밝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친절한 설명들이 오히려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이날 대화가 「갈등 봉합」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하루 청와대는 이대표의 사퇴설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며 주례보고를 지켜보았다. 청와대는 대체로 『과연 이 시점에 그만한 일로 이대표가 사의를 밝히겠느냐』는 회의적인 분위기였으나 이대표의 스타일로 미루어 쉽게 예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상오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결심이 이대표가 사의까지 밝힐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그것은 전적으로 이대표의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견임을 거듭 강조한 뒤 『김대통령은 이대표의 사의설에 대해 어떤 말씀도 하지 않았다』며 『만약 김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이대표의 그동안의 「역할」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대통령이 이대표의 사의를 수용한다해도 대선자금 갈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이대표의 사의를 수용한다면 전당대회 이후의 당의 단합을 생각하는 차원일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이러한 기류는 한때 「이대표 교체 검토」설로 이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 관계자의 언급이 전날 베이징(북경) 발언에서 나타난 이대표의 강경 입장을 누르기 위한 선제공격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이대표가 김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 「대표 사퇴」까지 거론할 것을 우려해 미리 말문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것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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