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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대는 최신 정관수술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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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안대는 최신 정관수술 각광

입력
1997.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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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낭절개대신 구멍,정관 꺼낸후 절제/5∼11분 소요에 합병증 0.3% 불과영구 피임법으로 정관수술을 고려하는 남성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수술후 성기능 저하와 합병증 발생이다. 성기능에 대한 걱정은 남성의 생식(자손 번식)기능과 성기능을 동일하게 보는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관수술은 남성의 생식기능을 유보시키되 성기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남성의 성기능은 정신적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원치 않는 임신이 걱정돼 피임하는 부부가 적절한 영구피임시술을 받으면 오히려 성생활에 엄청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성기능에 대한 오해가 풀린 후에도 합병증 걱정은 남는다. 특히 아프지 않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다. 자기 몸에 칼을 댄다는 사실에 모두 겁을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칼을 쓰지 않는 무도정관수술은 매력적이다.

이 수술법은 음낭을 칼로 절개하는 대신 특수한 기구로 작은 구멍을 만들어 정관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음낭에 난 작은 구멍은 2㎜이하이기 때문에 봉합할 필요가 없다. 이상의 설명만으로도 정관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고환과 정관은 중요한 기관인 만큼 여러 겹의 조직층으로 둘러싸여 있다. 팬티를 포함해 열겹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러 조직층을 제쳐놓고 정관만 분리해 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 이 부분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의사들은 곤혹스럽다. 정관주위의 혈관을 다치면 혈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도정관수술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빛을 발한다.

무도정관수술용으로 고안된 작은 원형기구는 혈관을 거의 배제한 채 정관을 최소한의 주위 조직층과 함께 고정할 수 있다. 이어 끝이 뾰족한 기구(박리감자)로 음낭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어 정관을 꺼낼 수 있다. 칼로 째지 않고 작은 구멍을 뚫어 정관에 접근하므로 혈관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제쳐지고 다칠 우려도 현저히 줄어든다.

90년 태국에서는 희한한 행사가 있었다. 국왕의 생일에 「정관수술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인구억제를 위한 정치적 이벤트였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종래의 정관수술과 무도정관수술이 한판 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기존 방법은 합병증이 3.1% 발생한 반면 무도정관수술은 0.3%에 불과했다. 수술 시간도 무도정관수술은 5∼11분으로 기존 방법의 2분의 1정도였다. 무도정관수술은 의사의 숙달과 수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용은 방법에 관계없이 본인부담(보험)이 4만원 가량이며, 진료기관에 따라 특진비가 추가된다.

무도정관수술이 많은 장점을 지닌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기존 수술법이 뒤떨어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과서에는 아직까지 종래방법을 표준적인 수술법으로 기재하고 있다. 수술방식의 최신 여부보다는 어느 방식이 집도의에게 더 익숙하고 편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백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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