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 대표 주례보고서 “불가” 방침/26일 입장표명 보도되자 참모들 질책/27일 “내가 직접 나서야…” 깜짝U턴김영삼 대통령은 「30일 대국민담화 발표」를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평소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김대통령은 27일 상오 11시45분 윤여준 공보수석을 본관으로 불러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며 담화 발표 결정을 통보했다. 이에 앞서 몇몇 수석비서관들이 『언론에 보도된대로 29일 대선주자들과의 오찬에서 말씀하시는 것보다는 아예 전국위원회에 참석,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으나 당시만 해도 김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26일 밤 조간신문(27일자) 가판이 일제히 『김대통령 입장표명, 29일 오찬에서』라고 보도한 것을 보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신문에 나느냐』며 관계 참모들을 질책했으며 이 과정에서 모수석은 사의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 표명은 김현철씨의 구속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4월말께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전반적 분위기는 특별담화 등의 형식보다는 당정회의 등을 통한 자연스런 언급이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이달 중순들어 현철씨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현철씨 문제는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으로 언급한 뒤 21∼22일께 대통령이 당정회의를 소집, 대선자금 문제를 포괄적으로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무렵 윤대변인에게 언급 문안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윤대변인은 지난 19일 초안을 김대통령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그때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무리 입장표명을 잘 해도 야권에 꼬투리를 잡히기는 마찬가지라는 반대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대세는 다시 입장표명 연기 또는 불가 등으로 흘렀다. 그러다 23일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주례보고에서 『자료가 없어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정리됐다.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간접해명이 더욱 여론을 악화시키자 참모들은 입장표명을 다시 건의했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26일까지도 결심이 서지 않는 듯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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