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어 번역문에 친절한 주석/천재시인 두보의 시심 느껴두시언해가 초판 출간 500여년만에 제대로 정리되어 나온다. 두시언해는 조선 성종 12년 1481년에 중국의 시성 두보(712∼770년)의 시 1,647편을 해설과 함께 한글로 번역한 전 25권의 대작.
이번에 국어학자인 서울대 국문과 이현희, 도쿄(동경)외국어대 조선어학과 이호권, 한문학자인 인제대 국문과 강석중,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종묵 교수가 공동연구를 통해 「두시와 두시언해」(신구문화사간)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현대어 개정판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 나온 것이 두시언해 초간본 중에서 전하지 않거나 공개되지 않은 1, 2, 4, 5권 등을 제외한 권 6(1만8,000원), 권 7(1만6,000원) 두 권. 전권이 나오려면 4∼5년쯤 걸릴 전망이다.
이 책은 우선 한문 원문과 현대어 번역문을 나란히 싣고 그 아래 주석을 달았다. 그 다음 원래 언해문과 이에 대한 현대어역 및 해설을 붙였다. 전문가에게는 15∼17세기 국어연구에 귀중한 참고서가 되지만 일반독자는 불행한 삶을 산 천재시인의 보석같은 시를 흠뻑 맛볼 수 있다.
「옥화궁」(권 6, 13쪽)은 두보가 45세때 당시 이미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황제의 옛 별궁을 돌아보고 읊은 시. 인생무상을 시리도록 체험한 시인의 심경이 사물 하나하나에 투영된 걸작이다. 내란과 외침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다니다 그나마 그런대로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게 된 시절의 모습은 이렇게 그려졌다. 『청강일곡포촌류맑은 강 한 굽이가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장하강촌사사유긴 여름 강촌에 일마다 한가롭다./…/노처화지위기국늙은 처는 종이에 그려 장기판을 만들고/치자고침작조구어린 애는 바늘을 두드려 낚시바늘을 만드네./…/미구차외경하구하찮은 몸이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리요?』(「강촌」 권 7, 34쪽).<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