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변화 서울있는 사람에 물어보라”/“오늘 주례보고서 입장 전달” 담판 시사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과연 응전의 칼을 뽑을 것인가. 중국을 방문중인 이대표는 27일 하오 숙소인 베이징(북경)의 디아오유타이(조어대)에서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는 당초 자유로운 분위기속에 중국방문을 결산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으나 이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결정에 대한 불쾌감과 서운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대표는 먼저 담화방침이 자신과 무관하게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담화를 발표한다는 사실을 오늘 하오에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이어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주례보고이후 며칠사이에 상황변화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서울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또 『나는 주례보고후 김대통령과 나눈 대화내용을 메모로 기록해 가감없이 밝혔다』며 김대통령의 「독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볼 때 이대표는 자신이 김대통령을 대신해 총대를 메고나선 마당에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라는 후속조치를 취하는 모양새 자체가 자신의 당내 입지와 대국민 이미지에 상처를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표 진영 내부에서도 지난 1월 노동법파동시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하다 야권공세와 여론에 떠밀려 낙마한 이홍구 전 대표의 전철을 이대표가 되밟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이대표로서도 정치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조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재로선 이대표가 어떤 수순을 밟을 지 예단하기 어렵다. 이대표의 선택 폭이 그리 넓지 않을 것도 사실이다. 이대표는 이와관련, 『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뒤집어보면 『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내용의 담화가 발표될 경우 특단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 구체적 윤곽은 28일 청와대 주례보고를 기점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대표가 『김대통령을 만나 대선자금문제에 관한 나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김대통령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대표가 김대통령과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대표직을 던지는 강수를 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베이징=유성식 기자>베이징=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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