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김순석씨가 34세의 젊은 나이에 길가의 보도턱을 없애달라는 절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13년이 흘렀다. 하지만 보도턱은 아직도 길가 여기저기에 산재해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장애인을 위해 제정한 법률과 법원 판결 소식을 대하노라면 부럽다못해 부끄럽고 서글픈 생각을 금할 수 없다.영국 대법원은 21일 한 농아여성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의 골자는 청각장애인이 극장출입시 또는 기타 사회활동을 할때 정부가 수화 통역자를 파견하거나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영국 사회복지국이 상정한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상원이 폐기하자 농아인 베키 할리데이(22)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 대법원의 결심을 받아낸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한 시각장애 여성이 맹도견의 안내를 받으며 의사당에 들어가려다 개를 데리고 오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경비원에게 출입을 저지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의사당에 근무하는 이 시각 장애인 친구는 이같은 사실을 의원들에게 알렸다. 이어 상원은 시각장애인들의 의사당 출입시 맹도견이나 안내인을 데리고 들어와도 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법률까지 제정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2일 개관한 워싱턴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기념관에 휠체어에 앉아있는 루스벨트 조각상을 추가로 세울 수 있도록 의회가 입법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 단체와 루스벨트가족들이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미국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휠체어 를 탄 루스벨트상이 필요하다』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건의한데 따른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에게는 부럽기만한 소식이다. 이 땅에 제2, 제3 김순석씨의 절규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한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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