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조시는 차마 못쓰겠다지난 4월22일 서른네살의 젊은 나이로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김소진씨를 추모하고 그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도서출판 강은 김씨의 미완성 유고소설 「내 마음의 세렌게티」 등을 수록한 소설집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를 출간했다. 계간 「한국문학」은 추모특집 「따뜻한 리얼리스트, 김소진의 삶과 문학」을 마련했고, 「실천문학」도 추모산문을 실었다.
「눈사람 속의…」에는 올 이상문학상과 동인문학상 후보작으로 각각 선정된 「울프강의 세월」과 중편 「신풍근 배커리 약사」 등 지난해 이후 발표된 김씨의 중·단편소설 11편이 실려 있다.
특히 김씨가 3월초 입원 직전까지 집필한 미완성 단편 「내 마음의 세렌게티」는 정리해고 위협 속에 연수원에서 지옥훈련을 받는 직장인의 애환을 특유의 입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작중 인물이 「유언장」을 남기는 장면이 나와 읽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이제 나는 세상의 똥으로 돌아갑니다… 인간의 구불구불한 창자를 통과해서 이런 똥이 되기 전에 나는 싱싱한 푸성귀였군요. 맑은 샘물이었군요. 토실토실한 살코기였군요. 넓고 푸른 바다의 깊은 곳을 마음껏 헤엄치던 지느러미를 단 생선이었군요. 투명한 공기이자 햇살이었군요. 저 온갖 욕망과 허영과 오기와 아둔함으로 가득 찬 나라는 껍데기 인간의 어둡고 탁한 터널을 통과하기 전에는 말입니다」. 김씨는 병상에서 이 작품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피력했다고 한다.
「한국문학」의 추모특집에는 소설가 김성동, 박상우씨 등의 조사와 비문, 장석남 나희덕 신현림 박상순 안찬수 시인 등의 추모시가 실렸다. 그의 친구 안찬수씨는 「고아떤 리얼리스트를 위하여」에서 「왜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갈라진 력사와 달동네와/ 포클레인에 의해 참담하게 부서진/ 유년의 공간과/ 상처 입은 젊은 영혼과 한 사내의 이념과/ 빠듯한 생활 명세표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라고 김씨의 문학세계를 일별하며 「차마 너를 위한 조시는 못쓰겠다/ 씌어지질 않는다」라고 비통해했다. 문학평론가 서영채 정홍수, 문화평론가 조형준씨 등 고인의 선후배들은 그의 맑고 소박한 사람됨을 추모하는 산문을, 문학평론가 정호웅 이광호씨는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글을 실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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