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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하는 「고무줄 사정」(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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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하는 「고무줄 사정」(사설)

입력
1997.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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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기강을 세우기 위한 사정은 그 수요가 있으면 언제라도 단행하는 것이 국민적 합의라고 본다. 특히 정권말기나 교체기 등 공직자들의 「한건주의」가 예상되는 요즘은 사정기관들이 두 눈을 부릅떠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그런 의미에서 사정당국이 비리관련 단체장 등에 대한 「대대적」사정방침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했다. 하지만 발표 며칠만에 이를 완화키로 하는 등 사실상 전면 후퇴방침은 국민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아무리 통치권 누수현상이 심각하다 해도 정책이 춤추듯, 이랬다 저랬다 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이 대선자금 불공개로 거센 반발이 있은 후 나온 것이어서 매우 석연치 않은 느낌마저 든다.

이와관련, 문종수 청와대민정수석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정부의 사정변경 방침을 밝혔다. 이유는 언론이 통상적인 사정활동을 마치 특정지역, 특정인사 또는 특정정당을 대상으로 소위 계획사정, 표적사정을 하는 것처럼 추측·과장보도를 함으로써 정치쟁점화하게 됐고 결국 방침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매우 해괴한 논리다. 사정방침의 변경사유가 언론의 추측 및 과장보도 때문이라고 그 책임을 언론에 전가한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부의 지금까지 사정자세가 늘 그랬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오비이락일진 모르나 사정방침이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주례회동 시점과 맞물려 나온데 유의하고 있다. 본란을 통해 그 시기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던 것은 사정이 불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효율적 수행을 위해서였다. 또 불필요한 정쟁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발표의 택일도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통상적 사정임을 강조해 본들, 대선자금에 관해 「입장표명불가」로 정리한 주례회동시점과 맞물려 불쑥 내민 사정카드는 아무래도 그 저의를 의심받을 만하지 않을까.

차제에 당국은 비리가 있는 곳엔 서릿발같은 사정의 칼날이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근무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할 줄 안다. 사정이라고 특별히 예고할 것도 없지만, 비리가 있으면 언제라도 캘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사정방침이 추호의 변경도 없이 추진돼 각종비리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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