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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록밴드 천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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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록밴드 천지인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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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우리사회 폐부 꼬집는 5명의 ‘젊은 저항정신’/대학가서 시나브로 인기5월이면 어떤 대중스타보다도 바빠지는 젊은이들이 있다. 꿈(천)을 꾸고 현실(지)을 말하고 사람(인)을 노래한다는 록밴드 「천지인」이 그들이다.

93년 통렬한 사회비판의 메시지를 강렬한 록비트에 담아낸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임으로써 「제1호 운동권 록그룹」, 「민중 록밴드」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 그룹은 여전히 각 대학가 축제무대를 누비며 음악을 통한 「더 나은 삶」의 의지를 전파하고 있다.

천지인은 93년 4월 작곡가 김성민(당시 30세)씨가 기존의 대중음악은 젊은이들의 저항정신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며 3명의 젊은 음악인과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같은 해 나온 비합법 데뷔음반 「천지인 1」은 산업사회를 풍자한 「청계천 8가」, 소외된 사람들을 어루만진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때」, 운동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열사가 전사에게」 등을 통해 대학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몇번의 멤버교체 이후 현재의 음악스타일은 비트가 더욱 강해지고 메시지 못지않게 형식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의 멤버들은 민중 록밴드라는 말을 거부하진 않지만 그보다는 건강하고 의식있는 록밴드 정도로 불리길 더 바란다.

20대 중반의 전업음악인 5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천지인 멤버들은 대학 밴드나 동아리 등에서 음악활동을 해온 공통점이 있지만 출신학교나 이력은 제각각이다. 홍일점인 건반주자 김정은(27)씨는 록이 좋아서 고려대 가정교육과를 중퇴했고 드럼주자 장석원(26)씨도 조선대를 중퇴했다. 베이스 김훈석(26)씨는 연세대 법학과 휴학생이고 보컬 남기현(26)씨는 단국대 경기지도학과 4학년 재학생이다. 기타리스트 이상혁(26)씨는 90년 용산고를 졸업했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천지인의 최근 노래는 『거대한 서울은 시도때도 없이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려 한다』로 시작되는 「검문」(도종환 시, 박우진 곡). 6월 출반예정인 2집 음반에는 「검문」 외에 젊은 시절의 눈물과 미소를 잃어버린 기성세대를 다룬 「여의도에 서식하는 한 생물에 대한 생태 보고서」, 명예퇴직 등 무자비한 기업논리를 꼬집은 「명태」, 명함사회의 메마른 현실을 풍자한 「모르면서」 등이 실린다.

자신들의 음악을 프로그레시브나 얼터너티브 등 어떤 스타일의 록과도 결부짓는 것을 거부하는 이들은 『아무런 부담이 없는 음악이란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은 음악』이라며 『음악은 오락물이 아니라 표현물』이라고 말한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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