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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세!/프란시스코 카란사 한국외대 교수(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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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세!/프란시스코 카란사 한국외대 교수(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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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 살아온 나는 최근 2년간 만큼 신문이나 TV의 9시뉴스가 기다려진 적이 없다. 전직 대통령이 한명도 아닌 두명씩 구속되고 올해 들어서는 한보사태에서 시작된 과거 들추기로 인해 국회의원이 조사를 받고 현직대통령 아들이 구속됐으니 말이다.이런 「깜짝 놀랄」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는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대체로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선진국들의 예를 들어가며 거기에는 비리공직자가 없다는 식의 보도를 함으로써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그러나 과연 그러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할 수 밖에 없으며, 또 돈이 힘을 발휘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쉽게」「빨리」벌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소위 선진국에서도 과거에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 것이 문제가 되어 골치를 앓는 최고통치자가 있었으며, 돈을 받은 것이 알려져 총리를 사퇴하고 건강을 해쳐 저세상으로 간 경우도 있지 않았는가. 다만 그러한 비리를 한국에서 처럼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렇게 높은 사람들까지 조사하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 한국인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 시절에 한국에 살지않아서 그 분이 어떤 인물이었으며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정책이 어떠했는지 잘 모른다. 다만 책과 신문,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것을 종합하면 그 당시 경제발전학점은 「A」였지만 정치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이런 것을 모르고 박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분을 그리워하는 진짜 이유는 자신을 위해 돈을 모으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나는 슬며시 한국인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세계 어느나라에서 그릇된 돈을 받았다고 또 그릇된 방법으로 대통령까지 되었다고 전직대통령들을 감히 법정에 세울 수 있고, 돈을 받고 나라일에 끼어들었다고 대통령아들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죄를 지었으니 당연히 그 값을 치뤄야지요』라고 하는 어느 시민의 말은 한국인들의 성숙한 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조금 어려운 지금의 한국경제는 다시 똘똘 뭉쳐 일으키면 된다. 머지않아 세계는 경제기적에 이어 정치기적을 이룩한 한국을 우러러 볼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리 외친다. 한국만세!<페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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