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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공사도 부실/박광희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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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공사도 부실/박광희 전국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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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설물을 철거하는 공사에서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의 악몽이 아직도 국민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와중에 이번에는 철거중인 시설물이 잇따라 무너져 내렸다.17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철거중이던 국일관 건물이 내려앉더니 22일에는 당산철교 상판이 한강 둔치로 무너져 내렸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크지 않아 불행중 다행이었지만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들이었다.

이 2건의 사고는 위험한 시설, 그래서 이젠 안전하고 튼튼하게 새로 짓자고 작심한 뒤 철거라는 첫작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국일관은 과거 요정정치의 요람이었다.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처럼 요정정치로 상징되는 구시대 정치문화의 흔적을 지우고 지상 17층의 청소년 복합 테마빌딩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철거중이었다.

당산철교 철거의 의미는 더 크다. 도시교통의 맥을 끊고 엄청난 교통장애를 가져왔지만 시민들은 3년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튼튼한 다리의 탄생을 기다리며 불편을 감내해왔다.

잇따라 발생한 철거사고가 시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이런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시설물들의 철거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새 출발을 예고하는 시작이고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날 것을 약속하는 징표였다. 국내에는 부실시설물이 유난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줄줄이 철거되는 시설물이 이어질 것이다. 낡은 건물을 헐어내는 재개발 및 재건축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무릇 건물이나 다리는 건축뿐 아니라 철거과정에서도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그래서 건축보다는 철거가 어렵고 철거하는 데 각종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것이다. 어차피 사라질 시설물, 그래서 적당히 없애버리자는 안이한 생각은 새로 태어날 시설물의 안전마저 의심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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