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핵심에 메스 가할 ‘무명’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이고르 로디오노프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한 배경에는 수구보수 세력의 거점이자 재정 고갈의 원인이 돼온 군부에 대한 메스를 자신이 직접 잡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로디오노프의 후임 국방장관에 발탁된 이고르 세르게예프(59) 전략 로켓군 사령관이 전형적인 야전 지휘관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점이 이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그는 옐친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던 91년 8월 구소련의 쿠데타나 93년 10월 의회유혈사태에서 옐친을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옐친 대통령이 파벨 그라초프 전 국방장관이나 알렉산데르 레베드 전 국가안보위서기 등을 중용했던 그간의 인사행태에서 보면 그의 임명은 극히 이례적이다.
모스크바 관측통들은 옐친이 화급한 과제인 야전군 개편과 군부패 척결작업을 수행하는데 핵미사일 전문가로서 군부의 핵심과 거리가 멀었던 세르게예프의 「무명」을 무기로 이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그가 야전군의 속성을 모르고 인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 군 개편과 부패척결을 소신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없는 그가 옐친이 의도하는 개혁이라는 버거운 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속단키 어렵다.
1938년4월 우크라이나 베르히 보로쉴로브그라드주에서 출생한 세르게예프는 60년 나히모바 고위 해군군사학교를 졸업했다. 80년 총참모부 군사학교를 거쳐 83년 로켓군 참모부 부사령관, 92년 전략로켓군 사령관에 임명됐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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