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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반란 “행복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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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반란 “행복은 지금부터”

입력
199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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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수동적 삶 이젠 벗어나고파/노인대학생의 70%이상 차지/수영·사교댄스 등 활기찬 여생 지향김순덕(62·관악구 봉천동) 할머니는 매일 상오 동네 수영장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젊은 사람들만큼 속도를 내기는 어렵지만 힘차게 물살을 가르다 보면 나이를 잊게 된다. 하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백화점쇼핑이나 영화를 보러가기도 한다. 가끔 딸이나 며느리가 아이를 데리고 오지만 손주보는 일은 이제 사양이다. 지난해 첫 손주를 본 정귀임(59·강남구 개포동) 할머니는 백화점 문화센터 글쓰기교실에서 배운 시작이 취미다. 그곳에서 사귄 딸뻘의 주부들과 속마음을 털어놓는 등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할머니가 변하고 있다. 가족 뒷바라지로 희생적이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예전 할머니들과 달리 50대 후반 60대의 요즘 할머니들은 자기중심적이며 능동적으로 삶을 즐긴다. 젊었을 때는 남편 호령에 꼼짝 못했었지만 이제는 집안에서 가장 발언권이 강한 사람이 됐다. 퇴직이후 집안에서만 소일하려는 남편들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생활에도 열심이다.

노인대학협의회 추산에 따르면 전국 2,500여개 노인대학의 학생 가운데 70%이상이 할머니다. 회장 총무 등 임원을 맡거나 소풍이나 게임 등의 행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쪽도 할머니들이다. 노인대학의 프로그램도 서예 장구 등 고답적인 것보다 마카레나, 사교댄스 등 발랄한 쪽을 선호한다.

손주를 둔 나이지만 노인취급은 질색이다. 그래서 「노인대학」을 「주부대학」으로 간판을 바꾸자는 주문도 심심치않게 제기된다.

2∼3년전부터 백화점에 설치됐던 실버상품코너들이 거의 철수했다. 백화점관계자는 『노년층의 구매력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실버상품들이 외면당한다』고 전한다.

노인문제연구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평균수명의 증가와 의학의 발달로 60대에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신체조건과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적극성의 발현 등을 꼽고 있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이 바깥활동을 더 좋아하는 데 대해 노인문제연구가 김애순(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씨는 「나이들면서 나타나는 양성화」에서 이유를 찾는다. 그는 『50대를 넘어서면 희생적이고 수동적이던 여성이 외향적, 독립적으로 바뀌며 남성들은 오히려 수동적, 의존적으로 바뀐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 여성들의 강한 활동성을 미국 심리학자 굴드는 「50대이후는 여성지배의 절정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할머니들의 자기중심적인 삶은 간혹 자녀에게 당혹감을 주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한국노인의 전화 강병만 총무는 『그동안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며 살아왔다가 이제 여생을 즐기고 싶어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좋다. 자녀양육 등으로 도움이 필요할 경우 1주일에 2∼3차례로 국한하고 나머지는 자유시간을 갖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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