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의 세느강 좌안, 생 제르멩 데 프레가의 중심에 위치한 「약국」건물을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인수, 오는 10월에 부티크를 오픈할 것이라느 뉴스가 파리지앵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약국과 극장 등이 있는 이 건물은 파리인들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곳이다. 또 이 약국을 중심으로 정면에 있는 「카페 오 되 마고」와 「플로르」 「카레 브라스리 립」 등은 파리인들에게는 카페 이상의 곳이다. 파리지앵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많은 문인 예술가들이 삶과 예술 철학을 토론한 장소이자 예술의 요람이 되었던 곳이다. 카뮈를 비롯하여 생 텍쥐페리, 시인 쟈크 프레베르, 사르트르, 시몬느 드 보봐르, 소설가 철학가이며 문화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앙드레 말로, 그리고 피카소를 위시한 화가들과 에디트 피아프, 줄리에트 그레코 등의 샹송 가수들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이 사랑한 이 거리의 흐름이 아르마니에 의해 바뀌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수 밖에.이러한 예는 90년대들어 실업인구가 증가하고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늘기 시작했다. 80년대 초 현대 인테리어의 거장 필립 스타크가 인테리어를 맡아 젊은 파리인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오픈했던 「카페 코스크」가 95년 대중 의류 체인인 나프나프에 자리를 내줬다. 오페라 지구 근처의 승리의 광장(플라스 드 빅트와르)의 유명한 「레스토랑 루이 14」는 또 다른 대중의류 메이커인 아포스트로프라는 부티크가 되는 등 역사와 한 시대의 추억을 지녔던 카페와 레스토랑이 차례로 패션 부티크로 변해 우려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 카페는 파리인들에게 있어 패션의 나라라는 타이틀 못지않게 소중한, 자신들 삶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자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심우찬 파리 거주·패션컬럼니스트>심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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