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의 미 국방부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QDR:Quadrennial Defense Review)」는 그동안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북한의 가공할 화학전 위험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평가할 만하다. 이 보고서는 같은 내용의 백악관 2기 군사정책과 함께 발표됨으로써 더욱 무게가 실려 있다.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의 화학전력을 과소평가해 왔음을 자백하고 있다.미국이 이 시점에서 화학전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대충 두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지난달 29일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정(CWC)이다. 이 협정에는 164개국이 가입하고 우리를 포함해 중국 등 78개국이 비준절차를 마쳤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나 이란 이라크 리비아처럼 화학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나라들은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미 의회가 논란을 거듭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가입하지 않은 협정이 무슨 실효가 있겠느냐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정은 그 자체만으로 화학무기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파기를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북한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의 할 일은 북한이 이른 시간 안에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미국 등 우방과 힘을 합치는 데 있다.
다른 하나는 군사력에만 의지하고 있는 김정일정권의 불가측성이다. 코언 국방장관이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의 공격은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시의 적절했다.
김정일의 말 한마디에 정책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경직성은 사실상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의 북한접촉을 통해 그 실상을 파악한 것 같다. 백악관과 국방부의 경고는 이런 정밀한 분석과 확고한 판단 위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이 신호를 잘못 읽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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