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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꽃길(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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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꽃길(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입력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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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하얀꽃이 ‘눈발처럼’/떠나는 봄처녀 아쉬워 하듯 성책·계곡 뒤덮는 분분한 낙화… 우유빛 향기/꽃터널도 드라이브객 유혹/이번 주말이 절정계절의 여왕 5월은 가는 모습도 화려하다. 5월의 마지막, 산과 들은 온통 하얀 아카시아꽃으로 뒤덮인다. 아카시아꽃은 순백색이 아닌 은은한 우유빛이거나 백자색으로 눈부시게 야하지 않고, 향은 짙지만 독하지 않아 훈훈하다.

아카시아꽃은 피는 모습도 아름답다. 줄기를 따라 차례로 피어 먼저 핀 꽃들이 질 때는 마치 눈발처럼 흩날리는 모습이 황홀함과 함께 봄을 보내는 소복깃처럼 서글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환상적인 모습은 20일경부터 시작해 열흘쯤 계속되는데 주말인 24, 25일엔 어디를 가나 그 절정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카시아꽃이 절정인 곳은 서울 시내에서는 남산 순환도로와 북악 스카이웨이의 사직공원에서 정릉까지로 전구간이 꽃으로 터널을 이룬다. 마땅히 들어앉아 감상할 만한 공간이 없긴 하지만 눈으로 감상하면서 차 안 가득 향기를 담고 지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산책을 겸할 수 있는 곳으로는 삼청공원과 어린이대공원, 워커힐 호텔 일대가 나무랄 데 없이 좋다.

그러나 서울 근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카시아꽃길은 아무래도 가까운 남한산성이다. 해발 450m에 이르는 남한산성 초입부터 정상인 성 안에 이르는 길이 온통 20∼30년생 아카시아 수림으로 가득 덮혀 있다. 피는 시기도 일주일쯤 간격을 두고 아래쪽부터 피기 때문에 언제 찾아와도 좋다.

더욱이 남한산성은 병자호란과 함께 민족의 한이 담긴 역사의 현장으로 지금도 그 흔적을 더듬어볼 수 있는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 성책과 유적들이 모두 꽃과 꽃향기로 가득 덮여 일년중 어느때보다 아름답다. 무엇보다 여름으로 접어들면 성 안의 바람이 동남풍으로 바뀌어 공기도 더할 나위없이 맑고 싱그러워진다.

서울을 중심으로 도심권에 사는 이들에게는 실로 환상적인 장면들이다. 전구간 아카시아꽃으로 터널을 이룬 길은 승용차로 오르기에 무리가 없고, 시내버스도 이어진다. 성 안에서 어느 곳이나 5∼15분 거리로 이어져 차를 주차장이나 음식점에 세워놓고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며 모처럼 신선한 공기와 꽃향기에 취해보는 것은 크나큰 보람이다.

◎남한산성 가는 길/전철역서 1시간 쉬엄쉬엄 어느새 정상

남한산성에 오르는 길은 쉽다. 승용차로 오르면 잠실에서 성남으로 향하다가 중간쯤 복정사거리에서 남한산성 쪽으로 좌회전, 남한산성역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 능선길로 접어든다. 위로 오를수록 꽃들이 절정을 이룬다.

남한산성역에 내려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1시간여 만에 정상에 닿는다. 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분당―산성간 9번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선다. 5㎞에 이르는 길이 하얀꽃으로 뒤덮여 장관이다. 정상에는 대형 주차장이 두 곳 있다. 음식점 주차장을 이용하면 주차비를 절약할 수 있다.

남한산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수어장대까지는 걸어서 20여분. 수어장대에서 바라보는 강남 일대와 한강 너머 저녁노을도 볼 만하다. 5분여 거리에 있는 북문 주변의 계곡 아래엔 온통 아카시아꽃이어서 바람에 날려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솔 그늘에서 쉬는 호젓함이 깃들여 있다.

◎먹을거리/한정식·산채정식 20여년 손맛자랑

산성광장에서 북문으로 오르는 입구에는 토박이집인 백제장과 반월정 두 집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두 곳 모두 20여년의 내력이 있는 집으로 백제장은 한정식으로, 반월정은 산채정식으로 이름나 있다.

25년이 된 반월정(0342―43―6562)의 주인 석진풍(76)씨는 생가인 옛기와집을 그대로 보존하며 성내 불당리와 검북리 주민들이 따오는 산채를 중심으로 30여가지나 되는 찬을 곁들인 산채정식을 차려낸다.

취나물, 두릅, 참나물, 더덕무침을 비롯해 미나리와 호박전, 손두부, 도토리묵 등 한상 가득 나물 향기가 그윽하게 배어난다. 장작을 때어 무쇠솥에 지은 밥과 숭늉도 옛맛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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