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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과 타이밍(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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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과 타이밍(사설)

입력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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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공직기강을 위해 간단없이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하려면 우선 국민적 공감속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그 착수의지부터 순수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당국의 의지가 무쇠처럼 강하고 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적 동의를 결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것은 우리 역사의 경험칙이다.21일 사정당국이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강력한 사정의지를 천명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에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결코 치외법권적 보호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점이다. 왜 하필 지금이냐 하는데 있다.

지금은 한보사건의 미진한 발본으로 이 나라 통치리더십의 권위가 그 어느때보다도 떨어져 있는 시기다. 당면의 과제는 이런 와해상태를 어떻게 결집해 나가느냐에 있다. 그렇다고 눈앞의 부정부패를 덮고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뜻도 동기가 순수치 못하면 훼절되게 마련이듯이 우리가 지금 우려하는 일은 혹시나 이번 사정의지가 김현철씨 구속과 대선자금정국에서 탈출해보려는 국면전환용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일은 사정의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대는 일이라기 보다는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잘 봉합해 경제 등 현안해결에 나설 수 있게 하느냐 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한보와 김현철씨 사건, 그리고 대선자금문제로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이다. 비리에 관련된 공직자 몇사람 사법처리했다고 해서 임기말의 해이된 기강이 바로 서고, 통치권누수가 차단되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기는 일이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아닐까 한다. 「한보사태의 혼란속에서도 정부가 제대로 움직여 온 것은 중·하위직들이 한눈 팔지 않고 자기소임을 다 했기 때문」운운의 사정당국자의 설명은 참으로 가관이다. 그렇다면 이 정권출범후 4년여 동안 계속해 온 「윗물 맑기운동」은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바닥 모르고 추락하던 우리 경제가 이제 겨우 숨통을 돌리려는 시점이다. 이젠 한보의 늪에서 나와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기운도 돋아나고 있다. 사정도 필요한 일이긴 하나 국정의 우선순위도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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