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회의 이반이 사이서 중립 지켜신한국당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는 이회창 대표 대 반이대표진영의 1차 공개 격돌이 예상됐던 21일의 당무회의에서 결국 중립을 지켰다. 정발협의 「녹색지대」 머물기는 당초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나 대결국면을 원했던 반이대표진영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이대표에게 유리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정발협 멤버로 당무회의에 참석한 서청원 의원은 『당이 내분을 겪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개정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해 새 당헌·당규에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의원은 다만 전당대회 시기와 이대표의 대표직 사퇴 부분에 대해선 『대선주자 5∼6명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므로 인색하지 말고,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강행되면 내분이 증폭될 것』이라며 이대표의 「양보」를 간접 촉구했다.
정발협측이 당무회의에서 반이대표 진영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우선 반 이대표진영측의 요구가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발협측은 또 지금은 특정 진영을 편들 시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이대표를 포함, 어떤 대선주자와도 연대할 수 있음을 언명해온 정발협으로선 아직은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조기결정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누군가를 택하면 당이 깨지게 된다』는 정발협 관계자의 말은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는 또 정발협 내부 사정도 한몫하고 있다. 정발협은 김덕룡 의원 배제이후 수도권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있는데다 민정계 의원 끌어들이기를 둘러싸고 정체성에 대한 시비가 제기되는 등 집안 사정이 편치 않은 형편이다. 내부정비와 세결집이 완료되지 않은 마당에 이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할 경우 돌아오게 될 부담이 만만찮으리라는 것은 뻔한 이치다.
한가지 주목되는 점은 정발협과 김심의 연관여부인데, 당 안팎에서 숨죽여 거론되고 있는 「김심 작용설」은 아직은 확인되지 않는 가설에 머무르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엄정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누차 말해온 김영삼 대통령이 과연 이 시점에 「불공정」 행위를 시도하겠는가란 점에 대해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은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김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민주계 저변에 만만찮게 형성돼 있는 점도 일사불란한 김심받들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다름아닌 민주계 내부에서 김심작용설이 알게모르게 피어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여러모로 석연찮은 게 사실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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