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31명중 16명 참가 6명 반대 ‘절름발이 결정’/안건도 당일배포뒤 즉석결정… “졸속입법 우려”금융개혁위원회가 중앙은행 및 감독체계 개편 등 금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개혁안을 위원간 충분한 논의없이 결정,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이들 개혁안을 본격적으로 의결하기 시작한 제18차 전체회의(2일)이후 전체위원(31명)중 의결 정족수(16명)를 조금 넘는 17∼18명 정도만 참석한데다 합의안도 사실상 다수결로 결정돼 위원회 전체의견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17일 결정된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은 향후의 금융정책기조를 바꿀 결정적인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31명의 전체위원 가운데 의안통과 당시 참석자는 정족수를 간신히 넘는 16명에 불과했고 금융감독위원회의 총리실설치에 찬성한 사람은 8명에 지나지 않았다. 6명은 반대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2명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결국 31명의 금개위 위원 가운데 찬성한 사람은 25.8%(8명)밖에 안돼 절차상 하자가 없으나 내용적으로는 절름발이 결정이 되고 말았다.
이에따라 금개위 안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졸속입법의 가능성이 높아 충분한 공론화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정부당국이 금개위안을 6월 임시국회에 상정시키기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데다 외부의 로비 등을 의식해 전문위원들이 만든 안을 회의 당일에야 위원들에게 배포했기 때문이다.
전체회의는 따라서 위원들을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결정은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개인적인 정서」나 「감정」에 크게 좌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논의나 결정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개인 일정을 들어 계속 회의에 불참한 위원도 6명(박영철 금융연구원장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 박상희 기협중앙회장 정강환 태일정밀 대표 정수진 동우열 처리공업 대표 백영배 효성물산 사장)가량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인 출신위원중에는 『어디에 설치하든지 상관없지만 종전에 맡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줘서는 안된다』 『재정경제원 소속일 경우 나아질 게 하나도 없다』 『금융문제가 관치금융에서 나왔기 때문에 총리실에 설치해야 한다』는 식으로 찬성론을 폈다.
이에대해 『일부 위원이 로비를 많이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재경원에 두어야 하며, 일본이 총리실에 설치한다고 해서 우리가 꼭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재경원과 금감위의 관계를 세제실과 국세청의 관계처럼 할 수는 없는가』 등의 반대론이 제기됐다. 이같은 찬반양론에도 불구하고, 박성용 위원장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앞서 찬반양론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던 16일 회의에선 『아직도 소속집단의 이익에 연연해하고 있는 감이 있다』 『모든 기관이 반대하고 있으므로 보류하자』 『여론의 반향을 감당할 수 없다』 『여론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등의 다소 감정적인 의견대립도 있었다.
한국은행에 대한 일부 검사권 부여와 관련, 『일부 검사권보다는 지도·조사권을 주어야 한다』 『검사가 한가지만 보는게 아니므로 떼내야 한다』 『일부 검사권은 한은의 고유권한으로 우리가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등으로 제각각이었으나 결국 검사권을 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특히 최근 회의도중 전문가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경우 『여기가 강의장이냐』 『특정집단의 대변인이냐』며 말을 가로막는 위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감정대립과 관련, 한 위원은 『당초 의욕을 가지고 참여했으나 이제는 「들러리」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개위측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상 등에 대한 위헌시비와 관련, 『법제처와 협의해 왔다』고 주장했으나 법제처 고위당국자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법안이 마련돼야 가능하며, 금개위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협조요청도 없었다』고 부인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