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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만 보세요/중고생 대상 ‘사계절 1318문고’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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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만 보세요/중고생 대상 ‘사계절 1318문고’ 눈길

입력
1997.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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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로망스는 가볍고 문학전집은 너무 무겁다/‘무엇을 위해,어떻게 살까’/삶의 지침이 될 작품들중·고생만을 대상으로 한 문고가 선보여 잔잔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계절출판사에서 내는 「사계절 1318문고」. 이 문고는 제목의 숫자가 암시하는 대로 13세에서 18세까지 10대에게 알맞는 국내외 문학작품을 담고 있다. 3월초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를 시작으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등 4권이 나온 후 모두 3쇄에 들어갔다. 정서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의 청소년층을 위한 양서 출판활동이 많지 않은 국내출판계 실정을 고려할 때 사계절의 시도는 그래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옥미 기획위원은 『중고생을 겨냥한 기존의 세계고전명작선이나 한국근현대문학선, 하이틴 로망스물은 요즘 학생들의 실생활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10대들이 입시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을 골랐다』고 말한다.

특히 3·4권 「사람 사이에 삶의 길이 있고」와 「조금만 눈을 들면 너른 세상이 보인다」는 강은교 백기완 장준하 김정한 신영복 윤구병 이이화 이호철 신경림 김구 함석헌 박완서 등 쟁쟁한 명사들의 짧지만 강렬한 글을 모은 것이다. 3권 중 경북 봉화에서 농사짓는 전우익(72) 할아버지가 잘 아는 스님에게 보낸 편지 한 귀절. 『스님, 술에다 수유를 담가 석달쯤 두면 약주가 됩니다. 술을 담그면서 생각해 봤어요. 사람도 변할까? 술을 담그다 보면 왕왕 썩기도 해요. 부패, 타락, 왜소화가 아닌 참된 의미의 인간개조가 과연 가능할까? 지금의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러했는가? 사회적으로 시달리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닌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만들어졌는데도 다들 타성에 젖어 휩쓸려 갑니다. 더 값진 집과 승용차에 인생을 건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자는 말이 먹혀들어갈 수 있을까? 스님, 밭에 곡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니까 잡초, 독초가 기를 쓰고 자랍니다. 곡식이 자리잡고 제대로 크면 잡초가 맥을 추지 못합니다. 세상도 그런 게 아닌가 여겨 봅니다… 요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에겐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20∼21쪽)

1318문고는 이달 말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어렵지만 힘차게 살아가는 소년의 삶을 그린 「다리 건너 저편에」(5권)에 이어 「오이대왕」 「너의 용기만큼 큰 산」 「춤추는 노예들」 「크뤽케」 「소년의 노래」(10권)를 계속 선보인다. 각권 4,800∼5,500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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