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부부를 주례로/평등선언문 낭독/신랑과 함께 하객맞이/야외서 신명나는 한판우리나라에서 결혼만큼 남녀차별이 심한 풍속도 없다. 딸 가진 부모는 바리바리 싸서 보내야 하는 「죄인」이 되는 것이 기이한 우리네 혼인 풍속. 하지만 생각만 바르면 얼마든지 평등한 결혼을 할 수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20일 「새로운 혼례 모델」로 선정되어 상을 받은 20대 신세대 부부 7쌍이 그 주인공들. 이들은 결혼식을 연인이 사이좋게 모든 것을 함께 부담한 평등과 축제의 자리로 꾸몄다.
서민순(29·삼성생명 직원)씨는 시종일관 평등을 관철한 신부. 1월 결혼식때 분홍색 한복차림으로 신랑 기승준(30·동원증권 직원)씨과 함께 결혼식장 입구에서 하객을 맞았다. 주례도 「모범 평등부부」로 모셨다. 신씨가 자원봉사 상담자로 일하는 여성의 전화 대표 신혜수씨와 서경석 목사 부부가 맡았다. 사회도 남자라는 통념을 깨고 서씨의 여자 후배를 세웠다. 결혼식 마무리로 서·기씨 부부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며 평등하게 살자」 「가사와 육아는 공동책임이다」는 내용의 부부선언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들이 쓴 결혼비용은 절반씩 갹출한 800만원이 전부.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 피로연 음식값 300만원이다. 결혼식장은 신랑의 회사 강당. 예물은 시계와 18K 금반지(총 25만원)로 끝냈다. 양가 부모과 형제들에 대한 예단도 생략했고 시댁에서 사주려던 아파트도 마다하고 시댁에 들어가 산다. 서씨는 『얼마나 많은 예물을 받았느냐를 행복한 결혼의 척도로 삼는 것은 곧 여자의 행복은 남자에 달렸다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이수현(25·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조교)씨는 열쇠 3개를 들고 가야 한다는 의사 김태완(31·삼성의료원 정형외과 전문의)씨와 2월에 결혼하면서 시부모 예단도 면이불 한복 그릇 등 50만원어치만 했다. 「세금고지서」 같은 청첩장대신 「결혼신문」을 보내고 함 받는 절차와 비디오 야외사진촬영은 생략했다. 결혼신문은 「우리 결혼합니다」라는 제목의 4면짜리. 이대 학보사 편집장 출신인 이씨가 장기를 발휘했다. 「며느리가 본 시부모」 「친정부모가 딸에게」 「신랑신부 이런 사람들입니다」 등이 실려있어 양가 부모님이 더 반기셨다. 예물은 금반지(10만원) 시계(6만원)만 했지만 결혼 총 비용은 3,000만원. 가전제품 가구 시가 형제들 예단과 예복마련 및 피로연에 돈이 많이 들었다. 비용은 절반씩 부담했다.
지난해 9월에 결혼한 이진숙(26·인하대 학생생활연구소 연구원)씨는 결혼식을 문화축제처럼 꾸몄다. 『인생의 중대사를 붕어빵 찍듯 10분만에 후닥닥 해치우는 결혼식이 싫어서』였다. 경기도 구지공원이 이씨와 남편 장남덕(27·동양화재 부평중앙영업소장)씨의 결혼식장. 툭 터진 야외에서 이씨는 대학후배 사물놀이패와 노래패, 응원단을 동원해 신명나는 한판을 벌였고 산책나온 인근 주민들까지 합세, 축복과 흥겨움을 나눴다.
결혼비용은 철저히 줄였다. 식장은 무료 대여였으며 후배들은 조촐한 피로연으로 만족했다. 결혼예복은 할인매장에서 평상복으로, 신혼여행후 양가부모와 친지께 드릴 선물은 가까운 창고형 할인매장을 통해 양말과 속옷 등을 구입했다. 결혼에 든 총지출액은 부부가 합쳐서 1,800만원.
평등결혼을 한 세쌍의 연인들은 『남과 똑같이 살기보다는 젊은이들답게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살고싶다』고 말했다.<이성희·노향란 기자>이성희·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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