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고령감안 감량불구 ‘사실상 종신형’/‘깃털’ 홍인길씨 ‘대출주연’ 지목 법정최고형19일 결심공판이 이루어짐으로써 한보비리사건 재판은 3월17일이후 두달여간 7차례 공판끝에 사실심리를 마무리, 이제 법원의 최종판단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이번 사건을 「부도덕한 기업인과 정·관·금융계 인사들이 야합해 저지른 대형 부정부패사건」으로 규정했다. 가족중심의 전근대적인 재벌그룹의 무모한 사업추진, 국민에 대한 기본적 책무마저 포기한 정치권, 재벌과 정치권에 유착한 금융권의 병폐가 총체적으로 어우려져 「한보의 비극」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국가경제의 엄청난 혼란과 국민적 충격을 준 한보사건은 엄중한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의 상황인식은 피고인들에 대한 중형 구형으로 반영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사기), 뇌물공여혐의 등 8개 죄목으로 기소된 정태수 피고인의 법정최고형은 무기징역. 검찰은 구형량을 다소 줄였지만 정피고인의 고령(73세)인 점을 감안하자면 사실상 최고형을 구형한 셈이다.
검찰은 특히 논고문에서 정피고인에 대해 『기업활동 보다는 청탁과 로비를 통해 개인적인 치부에 전념했던 기업인』, 『은행돈을 많이 쓴 기업은 부도나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부도덕한 기업인』 등의 강도높은 표현을 써가며 재판부에 중형선고를 요청했다.
또 검찰이 한보대출의 「주연」으로 지목한 홍인길 피고인에 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7년6월에 추징금 10억원을 구형한 것도 주목할 대목. 홍피고인의 기소죄목인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는 법정형이 5년이하의 징역이지만 검찰은 홍씨가 은행에 대출알선을 해 준 각각의 행위를 별도의 범죄로 간주, 「경합범 가중」을 통해 최고형량의 절반인 2년6개월을 추가했다. 법정형량인 5년의 처벌로는 죄질이나 사건에서의 비중과 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또 검찰은 홍피고인이 「깃털론」발언으로 「몸통」의혹을 야기한 점을 이례적으로 논고문에 언급, 중형구형의 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홍피고인의 「깃털」발언은 김현철씨 수사의 시발점이 됐지만 검찰로서는 중수부장 경질과 한보재수사까지 몰고 왔다는 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논고는 재판외적인 측면에서 흥미를 끈다.
나머지 정치인들에게는 죄목에 따른 법정형량의 편차와 상관없이 비슷한 죄질을 고려해 홍피고인보다는 낮은 징역 7∼5년선에서 구형량이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중 특가법상 뇌물죄(무기, 또는 10년이상 징역)로 기소된 권노갑 피고인은 작량감경으로 구형량을 낮췄지만 국감무마 등 죄질이 좋지않고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정치인들중 가장 높은 징역 7년을 구형했고 김우석 피고인에게도 자수감경 등으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또 황병태·정재철 피고인에게는 법정최고형인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한편 은행장들에게는 자수한 점 등을 고려해 법정형(무기, 또는 10년이상 징역)보다 낮은 7∼8년이 구형됐으나 한보에 가장 많은 특혜를 주었던 전 제일은행장 이철수 피고인은 재범인데다 수뢰액이 7억원이나 되는 점 등이 고려돼 정태수 피고인 다음으로 높은 징역 8년을 구형받았다.
정보근 피고인에게는 아버지의 중형구형 탓에 징역 6년의 「관대한」 형량이 구형됐고 김종국 피고인에게도 정씨부자의 「하수인」격이고 수사에 협조한 점이 고려돼 법정최저형인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한편 검찰에 자수서를 낸 우찬목 피고인 등 전직은행장들과 법정형이 낮은 김종국 피고인 등 일부 피고인들은 법률적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재판부가 여론의 부담을 뿌리치고 선처해 줄지는 불투명하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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