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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학비 벌려고…/16세 소녀 “슬픈 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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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학비 벌려고…/16세 소녀 “슬픈 윤락”

입력
1997.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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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상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2층 조사실. 이벤트사의 소개로 윤락행위를 한 이경희(가명·16)양은 조사를 받는 동안 줄곧 흐느꼈다. 돈이 없어 고등학교에 가지 못한 남동생(15)에 대한 미안함과 복받치는 서러움 때문이었다.『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 나쁜 짓인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이양은 경기 모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초만 해도 성적이 반에서 10등 이내에 드는 모범생이었다. 3년전 아버지(57)가 폐수증을 얻어 직장을 잃고 어머니(55)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다. 이후 낯 모르는 남자를 집에까지 데려오던 어머니는 이양과 남동생에게 『집에서 나가라』는 극언까지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이양은 『찾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가출했다.

이양은 주유소 분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월 30만∼40만원의 수입으로는 동생 학비는 커녕 혼자 살기도 벅찼다. 지난 2월 이양은 생활정보지에 「후회없는 선택, 사랑의 파트너…」라고 적힌 광고를 보고 N이벤트사에 전화를 걸었다. 40대 중반의 여자는 『가입비 3만원을 온라인 입금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며칠 뒤 남자 이름과 연락처를 주며 전화를 걸라고 연락해 왔다. 이후 이양은 30대 후반∼50대 초반의 남자들과 4차례 윤락행위를 했다. 매번 화대 20만∼25만원을 받아 이중 10만원은 이벤트사로 송금했다.

이양은 담당형사에게 『남동생만큼은 보란듯이 대학에 보내 함께 잘 살고 싶었다』며 『나는 어떻게 돼도 좋으니 동생에게 알리지 말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은 영등포구 신길동 모수녀원에 이양을 맡기기로 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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