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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고문 부인 박한옥씨(내 남편 이런 사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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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고문 부인 박한옥씨(내 남편 이런 사람:4)

입력
1997.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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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며 의견관철 되레 강한 분”/가족들과 대화 즐겨 속썩이는 일 없어/장학금 준 미사 식품 시리얼로 아침식사/할 일 많고 능력 탁월/처음엔 정치 말려/대선경쟁 남편 안쓰러울때 많아요―가정부를 안두고 사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도 다 크고 식구도 단촐하니까 별 불편이 없어서 그렇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 아닙니다』

―이고문과 함께 사시면서 마음고생은 없었나요.

『기자분은 아내속을 많이 썩이는 모양이죠(웃음). 없어요. 단 한번도 없어요. 젊은 부부들한테 자신있게 충고해 주고싶은 말이 있는데 그것은 부부간에 대화 기회를 많이 가지라는 거예요. 이고문은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을 무척이나 즐기는 편이에요. 집에 와서 정치얘기는 거의 안하지만 사소한 얘기라도 늘 가족들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고 믿는 분이예요. 여자를 편하게 해주는 남자의 매너로서 「대화」는 필수예요. 우리남편의 큰 장점중 하나지요』

―이고문과 사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면.

『총리시절 삼풍사고 때였어요. 그때가 유일하게 부부간 대화가 단절된 때였지요. 무척이나 괴로워 하셨어요. 위로를 해 드릴려고 했지만 제 얘기를 거의 듣지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잠도 못 주무시고…』

―제일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얼마나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우는가 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8년동안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했고 그래선지 아이들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무조건 자기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거나 남에게 피해주는 버릇의 아이들이 느는 것은 부모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퍼스트레이디를 꿈꿔 본적이 있습니까.

『제가요.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림하는 주부일뿐이에요. 퍼스트 레이디라니 상상도 못해봤어요. 솔직히 저는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않고 남편이 정치하는걸 오히려 말린 입장이었습니다. 요즘도 남편을 부를때는 「이교수님」이라고 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이고문이 여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좋으시겠죠.

『이 얘기 남편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고문은 이 일(대선경쟁)이 아니더라도 나라를 위해 하실 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가령 우리나라를 세계속의 한국으로 인식시키는 역할 같은 것, 그런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라고 믿고있어요. 지금 상황이 너무도 혼미하잖아요. 대권경쟁에 뛰어든 남편이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오로지 대권경쟁만을 생각하는 정치인 부아내가 되고싶지는 않습니다』

―흔히들 이고문을 보고 유약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겉면만 갖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주위분들은 오히려 이고문이 무척 강인한 면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이고문은 생각이 깊고, 남의 의견을 경청할줄 알며, 늘 신중하게 처신하는 편이에요. 그러나 결국에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말지요. 항상 미소를 띤 얼굴이어선지는 몰라도 언젠가 남북회담 하실때 주위에서 너무 웃지말라고 충고했더니 「웃지 말라고 하는데 큰일났다」며 또 웃으시더라구요. 저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하는 성격인데 우리 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이끌고 있는 아빠가 더 강한 사람이라고 그래요. 맞는 얘기지요』

―이고문은 아침식사를 언제나 간편하게 드신다고요.

『별걸 다 묻네요(웃음). 그 이유를 설명드리죠. 그건 한마디로 이고문이 착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미국서 공부하실때 첵스(CHECKS)란 재벌회사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는데 자회사가 시리얼 등 패스트푸드를 생산하는 회사였어요. 한번은 남편이 「첵스에 큰 신세를 지고있는데 내가 지금 그 회사를 도울 길은 시리얼 사먹어 주는 수 밖에 없겠지」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아침은 늘 시리얼이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지요』

―남편의 약점을 든다면.

『능력있는 사회인, 한결같이 좋은 남편이자 자상한 아버지이니 약점이 있다고 할 수 없겠죠(웃음)』

◎이렇게 내조한다/‘화목한 가정 이루기’ 가장 신경… 때론 자료수집 돕기도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의 부인 박한옥씨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치혐오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성격자체가 정치적이지 못한 때문이다. 이고문이 당대표를 맡은 다음날 집에 찾아온 기자들이 박씨를 가정부로 착각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어쩌다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모임에서도 그녀는 항상 멀찌감치 떨어져있어 주최측이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서기를 꺼린다고 해서 남편사랑이 남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내조의 첫째 원칙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며 살면서 이 원칙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박씨는 초등학교 교사시절 아이 셋 딸린 홀아비 대학교수 이고문을 만났다. 아이들 교육에 지성을 다하기위해 박씨는 아이를 갖지않기로 결심했다. 조선조 성종임금 아들 영산군의 15대 종부로서 한 해에 8번 제사를 준비하는 일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씨가 언제나 집안 대소사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10권으로 모아 출간된 이고문의 문집에는 정성어린 내조의 흔적이 묻어있다. 박씨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홍구 박사」의 글들을 모으기 위해 대학교와 신문사 자료실, 도서관 등을 찾아다녔고 자료들을 분류하는데 정성을 쏟았다. 늘 부부간에 대화하고 함께 독서하는 습관이 배어있는 그녀는 특히 통일문제에 해박하다. 미래여성포럼 등 여성단체행사에 남편이 참석할때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박씨는 정치인 남편에대한 내조가 유별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를 많이 치러본 정치인 부인들이 「무용담」을 늘어놓으면 생소하게 들리지만 남편이 언제나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내조」라고 생각하고 있다.<정진석 기자>

□약력

◇출생:1947년 10월17일 서울 출생(50세)

◇학력:이화여고, 이화여대 교육학과

◇경력:이대 부속초등학교 교사(71∼7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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