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자금거래 관행 정치권에도 핵폭탄 충격/일반인 신분 ‘증여’ 해당 돈세탁은 ‘부정행위’/구형량 높여 단죄의지·공소유지 활용 측면도검찰의 김현철씨에 대한 비장의 카드는 「조세포탈」혐의였다. 검찰은 17일 현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알선수재혐의외에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65억원중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한 33억3,000만원에 부과될 증여세 13억5,000만원을 포탈한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검찰이 현철씨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은 「떡값도 처벌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한 것.
검찰은 지금껏 개인이 받은 정치자금이나 활동비에 대해 세금포탈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장학로씨 수뢰사건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검찰은 장씨가 정·관·재계 인사들에게서 27억6,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가성이 인정되는 7억200만원만 기소하고 20억여원은 「떡값」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 장씨 사건의 「떡값시비」는 여론의 반발과 함께 검찰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현철씨 사건을 계기로 소위 「떡값」이나 「활동비」로 통칭되는 음성자금 수수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가법상 조세포탈죄는 연간 조세포탈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 연간 2억원이상 5억원이하면 3년이상의 유기징역(최고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현철씨의 주범죄인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죄의 법정형이 5년이하의 징역이기 때문에 현철씨에게는 두개 범죄의 형량을 합친 징역 2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또 포탈세액의 2∼5배까지 추징이 가능하다. 검찰은 현철씨의 형량을 대폭 높임으로써 검찰의 단죄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검찰은 현철씨가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자 향후 재판과정에서 공소유지의 「배수의 진」으로 조세포탈죄를 활용하겠다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검찰의 논리는 현철씨의 신분이 「사인」이자 무소득자인데서 출발한다. 현철씨가 공무원이나 선거에 출마한 직업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철씨가 받은 돈은 정치자금이 될 수 없다는 것. 당연히 현철씨가 기업인에게서 받은 돈은 「증여」에 해당하고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안냈으니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포탈죄는 장부조작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 입증돼야 하나 검찰은 현철씨의 「돈세탁」을 통해 세무당국의 추적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를 부정행위로 간주했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자연인이 거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행위는 어떻게든 과세를 해야 사회정의에 맞다』며 『앞으로도 부정한 자금거래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떡값도 처벌한다」는 「입론」은 엄청난 파문과 법리논쟁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여세 포탈」은 세무당국의 탈세액을 추징하는 선에서 무마되고 형사책임까지는 묻지 않았던 기존의 관행을 깨는 혁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에는 정당차원의 자금수수행위만 규제할 뿐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받는 자금에 대해선 처벌규정이 없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논 법의 허점도 검찰의 법논리에 따를 경우 「부정한 방법」의 동원 등 몇가지 전제조건만 입증되면 처벌이 가능해진다. 검찰 수뇌부와 실무진도 이같은 현실상황 탓에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떡값처벌론」은 「사법정의」라는 원칙론과 현철씨에 대한 단죄의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결론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에 대한 조세포탈죄 적용은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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