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활동비 65억」은 납득안가/대선자금 수사 제외 “역시 한계”검찰은 결국 김현철씨 손에 수갑을 채웠다. 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지 두달여만의 일이다.
이번 검찰수사는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사상 처음으로 구속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성역을 허문 것이다. 물론 성역을 허무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검찰로선 치욕으로 기록될 수사 책임자의 교체를 맛보아야 했다.
수사과정에서 외압도 적지않았다.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간의 파열음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현철씨의 구속으로 검찰은 외압으로 인한 축소수사 시비의 부담은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취임 일성으로 『앞만 보고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던 심재륜 중수부장의 뚝심이 가져온 성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검찰로선 이번 수사가 위상 재정립의 계기로 작용했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이같은 성과는 국민적 성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번 수사팀은 태생적으로 여론의 부담을 안고 출발해 수사과정 내내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현철씨 구속을 목표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문자 그대로 샅샅이 뒤졌다.
검찰이 현철씨에게 이례적으로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전격 적용한 것도 국민들의 법감정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가성이 없다고 해서 면죄부를 줘온 검은 돈 거래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가 갖는 한계와 문제점도 적지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수사가 여론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권력이 중심을 잃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충분히 남아 있었다면 가능했겠느냐』는 일부의 지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대선자금 수사 여부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검찰은 아직까지 대선자금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이지 검찰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대선자금의 꼬리를 상당부분 확인하고도 덮어두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설사 계좌추적과정에서 대선자금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며 『자칫 수사의 본질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현철씨가 기업인들에게서 청탁의 대가로 받은 32억2천만원을 포함해 모두 65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현철씨가 이성호씨와 김기섭씨를 통해 관리해온 50억∼70억원의 뭉칫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현철씨가 총선지원금과 여론조사비 등으로 수십억원을 쓰고도 이처럼 거액의 뭉칫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자금이 대선자금 잔여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이 현철씨의 비자금 총액과 출처를 어떻게 설명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현철씨의 국정·인사개입 부분도 검찰수사에서 일찌감치 제외돼 의혹해소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김기섭씨 등 현철씨의 측근들이 안기부와 청와대에서 주요 기밀정보를 현철씨에게 보고해 왔다는 혐의에 대해 검찰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은데 대해 비판의 소지가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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