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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예뻐야 한다고?/양주희(여자가 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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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예뻐야 한다고?/양주희(여자가 본 남자)

입력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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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조건을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격」이나 「마음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나 내가 알기로, 적어도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문조사를 받으면 겉 다르고 속 다른 소리를 할 뿐이고, 남자들은 대부분 장가를 못 가 몽달귀신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인물 좋은 여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물론 여자들 역시 잘 생긴 남자에게 약한 면을 보이지만, 철들면 『남자가 인물 파 먹고 사느냐』는 어른들 말을 듣는 편이다.

말로는 성격만 좋으면 된다고 하면서 여자를 볼 때 인물만 보기 때문에 온전한 인생을 못사는 남자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학교 다닐때부터 자신은 막내이므로 장가를 일찍 들어야 한다더니, 또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성격이 좋아야 가족이 화목하다고 하더니, 어려서부터 성격은 변덕이 죽끓듯 하지만 인물만은 토끼같이 예쁜 여학생만 좇아다녀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자신에게 다가온 여성과 사귈 기회도 몇 번 있어서 가끔 그 사실을 자랑도 한다. 『그럼 왜 사귀지, 그랬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언제나 『괴물같이 생겨서』라는 것이다. 이 친구가 만나기만 하면 여자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자기도 가정을 갖고 싶다면서. 물론 여자는 성격만 좋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러 이러한 꽤 괜찮은 아가씨가 있다』고 말하면 마지막에 꼭 『예쁘냐』고 묻는데, 「개성있는 용모」라고 대답하면 『됐어』라고 한다. 이 친구는 나에게 뿐만 아니라 누가 물어도 어디서 설문조사를 해와도 여자는 성격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대답할 게 틀림없다.

주변의 나이 찬 미혼여성들을 보면 정말이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이 좋은 성격인데 외모가 개성은 있으되 토끼같이 귀여운 인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마 내 친구같은 남성이 생각보다 많아서 거기서 성비가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

매년 내 친구의 신년 소망은 마음씨 착한 여자에게 장갈 드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그리고 인물 환상에 빠져있는 많은 남성들이, 언행을 일치하여 여성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한살이라도 덜 먹었을때, 체력과 젊음이 더 쇠하기 전에 장가를 드는 성취감을 맛보길 바란다.

양주희씨는 KBS 라디오정보센터 번역작가로 KBS1라디오 「월요일의 지구촌」과 FM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해외뉴스를 전하고 있다. 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남편과 함께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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