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조건을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격」이나 「마음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러나 내가 알기로, 적어도 남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문조사를 받으면 겉 다르고 속 다른 소리를 할 뿐이고, 남자들은 대부분 장가를 못 가 몽달귀신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인물 좋은 여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물론 여자들 역시 잘 생긴 남자에게 약한 면을 보이지만, 철들면 『남자가 인물 파 먹고 사느냐』는 어른들 말을 듣는 편이다.
말로는 성격만 좋으면 된다고 하면서 여자를 볼 때 인물만 보기 때문에 온전한 인생을 못사는 남자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학교 다닐때부터 자신은 막내이므로 장가를 일찍 들어야 한다더니, 또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성격이 좋아야 가족이 화목하다고 하더니, 어려서부터 성격은 변덕이 죽끓듯 하지만 인물만은 토끼같이 예쁜 여학생만 좇아다녀서 상처를 많이 입었다.
자신에게 다가온 여성과 사귈 기회도 몇 번 있어서 가끔 그 사실을 자랑도 한다. 『그럼 왜 사귀지, 그랬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언제나 『괴물같이 생겨서』라는 것이다. 이 친구가 만나기만 하면 여자 좀 소개시켜 달라고 한다. 자기도 가정을 갖고 싶다면서. 물론 여자는 성격만 좋으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이러 이러한 꽤 괜찮은 아가씨가 있다』고 말하면 마지막에 꼭 『예쁘냐』고 묻는데, 「개성있는 용모」라고 대답하면 『됐어』라고 한다. 이 친구는 나에게 뿐만 아니라 누가 물어도 어디서 설문조사를 해와도 여자는 성격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대답할 게 틀림없다.
주변의 나이 찬 미혼여성들을 보면 정말이지 어디 하나 버릴 게 없이 좋은 성격인데 외모가 개성은 있으되 토끼같이 귀여운 인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마 내 친구같은 남성이 생각보다 많아서 거기서 성비가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
매년 내 친구의 신년 소망은 마음씨 착한 여자에게 장갈 드는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그리고 인물 환상에 빠져있는 많은 남성들이, 언행을 일치하여 여성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한살이라도 덜 먹었을때, 체력과 젊음이 더 쇠하기 전에 장가를 드는 성취감을 맛보길 바란다.
양주희씨는 KBS 라디오정보센터 번역작가로 KBS1라디오 「월요일의 지구촌」과 FM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해외뉴스를 전하고 있다. 6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남편과 함께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살고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