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향력 더 강화… 물밑 헤게모니 싸움 치열할듯유럽연합(EU) 등 서유럽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가 유럽의 안전보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일색이다.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서유럽국가들은 냉전 당시와는 또다른 관점에서 중·동유럽을 불안하게 주시해왔다. 「붉은 곰」의 고삐에서 풀린 후 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사회적 불안이 유럽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는 제1의 잠재적 위협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서유럽국가들은 중·동유럽을 어떤 형태로든 서방세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으며 그 방안으로 나토 및 EU의 확대를 추진해 왔는데 이번에 나토 확대가 먼저 이뤄지게 된 것이다. 당초 서유럽국가들 간에는 나토와 EU중 어느 것을 먼저 확대시키느냐는 선후의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나토 확대는 EU의 확대 준비가 갖춰진 이후로 연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동유럽을 단일 시장에 편입시키는 것 보다는 군사적 우산아래로 먼저 끌어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효과가 크고 특히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 등을 고려, 나토확대에 비중을 더 두게 됐다.
그러나 나토가 미국의 주도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럽의 안보는 유럽이 맡는다」는 서유럽국가들의 해묵은 숙제가 더욱 꼬이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와 독일은 새로운 제안을 EU에 내놓고 있다. EU의 전체 15개 회원국중 현재 10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군사동맹인 「서유럽동맹(WEU)」을 EU의 공식적인 안보군사기구로 격상시키자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EU는 군사안보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의 나토와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대서양 양안간의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아무튼 나토와 러시아의 합의로 유럽은 21세기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새 틀을 확보했으며 EU의 확대에도 단단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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