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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데 왜 이래요…”/현철씨 조사­이틀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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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데 왜 이래요…”/현철씨 조사­이틀째 표정

입력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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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성 추궁하자 부인·발뺌/김기섭씨 강도높은 수사 진행 시사/“캐보니 자금세탁 전문가 곳곳 있어”김현철씨 조사 이틀째인 16일 대검 중수부는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을 소환함으로써 현철씨 사법처리를 위한 마지막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피곤해 보이기는 해도 전날에 비해 한층 긴장감이 누그러진 표정이어서 현철씨의 일부 부인에도 불구, 수사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오 10시께 귀가한 심중수부장은 기자들의 「퇴근 브리핑」 요구에 밝은 웃음으로 응해 현철씨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심중수부장은 『알선수재 혐의 외에 현철씨에게 적용될 혐의가 더 있느냐』는 질문에 『많다. 10개쯤 될 걸』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어 『김기섭씨의 신분이 변했느냐』는 질문에 『변했다. 「씨」가 빠졌다』고 말해 강도높은 수사가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현철씨는 소환 첫날밤 새벽 4시까지 14시간 동안 6명의 검사들로부터 돌아가며 집중적인 신문을 받았다. 조사후 특조실 간이침대에서 잠시 눈을 붙인 현철씨는 이날 아침 8시에 일어나 간단한 체조를 한 뒤 인근 식당에서 배달된 찌개로 식사를 마쳤다. 현철씨는 그러나 지치고 허탈한 탓인지 『식사도중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곤 했다』고 수사관계자는 전했다.

○…현철씨는 이틀째 철야조사에서도 줄곧 객관적으로 드러난 돈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대가성 등 여타 의혹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현철씨는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에게 돈세탁을 하도록 한 이유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잘 알텐데」라며 직답을 피하거나 「모른다는데 왜 자꾸 이러느냐」며 발뺌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철씨는 이성호씨 외에 또다른 「세탁전문가」에게도 비자금을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이씨가 세탁된 25억원을 현철씨에게 직접 건네준 것이 아니라 중간에 모인사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일 영장에서 이 중간 자금관리인이 누군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중수부장은 또 『현철씨 자금을 세탁해준 전문가들이 곳곳에 있다』고 부연해 현철씨의 비자금 관리가 치밀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졌음을 암시했다.

○…현철씨는 구속될 경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는 이번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정태수·홍인길·권노갑 피고인 등도 함께 수감돼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현철씨가 구속수감되더라도 특별대우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과 달리 현철씨를 특별히 예우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다만 잡범들과 있을 경우 신변안전이 우려되므로 독방 수용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오 5시 현철씨 보다 하루 늦게 검찰에 소환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국회특위의 청문회 출석 때와 달리 다소 여유있는 모습으로 출두했다.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한 혐의로 조사받게 될 김 전차장은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분이 치미는듯 오른쪽 눈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입은 끝내 열지 않았다.

○…한편 심중수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정치권의 「짜맞추기 수사」라는 비난에 대해 『검찰이 정치권의 요구대로 수사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불쾌해 했다. 야당에서는 검찰이 여권의 요구에 따라 현철씨를 조기구속해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를 봉합하려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이날 구속기소된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의 공소사실에 지난달 30일 구속 당시 라인건설에서 4억원을 받았다는 혐의 내용이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씨를 구속한뒤 확인한 결과 이 돈은 박씨가 라인건설측에 빌려준 돈으로 드러나 공소사실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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