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어린이날, 두 아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이상한 애완동물을 사 달라고 했다. 지난해에도 그 지난해에도 어린이날만 되면 아이들이 다른 장난감은 다 그만두고 애완동물을 사달라고 했던 것 같다. 지난해엔 열대파충류 이구아나를 사 주었고 지지난해엔 중동지방 원산의 애완쥐 햄스터 한 쌍을 사 주었다.상추를 먹는 이구아나는 더 커진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집 거실을 지키고 있지만, 햄스터는 새끼를 낳은 다음 수컷이 먼저 죽더니(구애 후 수컷은 열열한 구애 때문에 생긴 위장병으로 죽는다고 했다) 암컷마저 죽어버렸다. 그때 아이들은 뜰앞에 쥐의 무덤까지 만들어주며 슬퍼했다.
그외에도 아이들은 비오는 날 밖에서 잡아온 달팽이도 저희들 주먹만하게 기르기도 했고, 여름동안 잡아온 사마귀를 가을에 알을 낳게 하고, 그 알을 겨울동안 잘 관리해 봄에 새 생명으로 부화시켜 다시 숲으로 보내기도 했다. 나는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연과의 친화력을 키워가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희한한 애완동물을 사 달라는 것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타마코치」라는 전자애완동물이었다. 크기는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놓은 것 만한데 그안에 공룡이 들어 있기도 하고, 병아리와 고양이가 들어있기도 하다.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알에서 부화해 한 달 가까이 성장을 하는 모양인데, 배가 고프면 울고(신호음), 대변도 받아내야 하고, 수시로 먹이도 주어야 한다. 정말 대변을 받아내고,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추 몇개로 해결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래, 그것도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 전자공룡이 집안에 들어온 다음 정작 뒷전으로 밀린 건 정말 살아있는 거실의 이구아나였다. 전엔 저희들 손으로 매일 먹이도 주고 똥도 치워주고, 틈날 때마다 무릎 위에 올려 놓고 볕 좋은 데를 따라다니며 일광욕을 시켜주더니 전자애완 동물이 들어온 다음 둘 다 서로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그건 게임이고 이건 정말 살아있는 생명이잖느냐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애완동물 키우기도 힘들지만 정말 아이 키우기도 힘들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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