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투자·소비패턴변화로 좌초/“부도방지협약 첫 희생자” 지적도모두가 배고팠던 60년대와 70년대초 「삼립크림빵」 「삼립호빵」 등으로 소비자들과 친숙했던 삼립식품이 소비패턴변화와 무리한 투자로 끝내 좌초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제빵업체인 (주)삼립식품(대표 박종현)은 13일 신한은행 구로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3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부도를 낸 데 이어 이날까지 이 어음을 막지못해 최종부도처리됐다. 삼립식품은 이에 앞서 수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삼림식품의 계열사인 (주)삼립테코와 삼립유지(주)도 이날 최종부도를 냈다.
삼림식품과 계열사의 4월말 현재 금융권 여신규모는 은행권 1,810억원, 제2금융권 974억원 등 총 2,78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립식품의 계열사는 삼립개발 삼립데코 삼립유지 등 6개사, 관계사는 성일기계 영진설비 등 2개사이다.
자본금 70억원인 삼립식품은 경기 시흥에 본사를 둔 시장점유율 1위(36.4%)의 제빵업체이나 95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종금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기관들이 부도방지협약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부도징후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무리하게 회수, 어음지급요구들이 크게 늘어나 경영난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립식품이 부도방지협약의 첫번째 희생양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삼립식품의 부도는 8·15광복 직후 설립돼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빵업계를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창업주인 허창성 명예회장이 삼림식품의 전신인 상미당을 설립한 것을 45년 10월. 삼림식품은 이후 제빵의 수준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 68년에는 주한미군 빵 군납업체로 등록돼 실력을 인정받았고, 75년에는 기업을 공개할 만큼 탄탄한 성장을 해왔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때는 빵·케익 공식공급업체로 선정돼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들어 무리한 투자와 사업확장을 계속하고 소비패턴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됐다.
소비패턴변화에 따라 제과점업계의 시장잠식이 두드러지면서 삼립식품 등이 만든 양산빵의 인기가 낮아진데다 삼립개발을 통해 진출한 콘도사업 등이 고전을 면치못해 92년 97억원의 적자를 내 시련을 맞기 시작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94년이후 시화공단에 신공장을 설립하고 음료사업에 나서기도 했지만 끝내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삼립식품은 95년 112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에는 적자가 35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최근 들어 사업다각화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해 제2금융권의 무리한 대축금회수만 없었다면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충분했던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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