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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집행과 권력/이창민 사회부(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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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집행과 권력/이창민 사회부(기자의 눈)

입력
1997.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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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피의자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된 15일 하오 대검 중수부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4개월여 동안 밤을 지새우며 수사했던 일선검사들도 정작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던 대통령의 아들이 소환되자 착잡한 심정인듯 했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앞만 보고 달려 여기까지 왔다』고 한숨을 돌리며 현철씨 소환을 둘러싸고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토로했다.한보 1차수사가 진행중이던 2월 현철씨가 고소인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조차 그의 사법처리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현철씨가 한보특혜비리에 직접 개입한 혐의가 없는데도 사법처리하는 것은 「별건구속」이라는 논리를 폈다. 아직 「권력의 힘」이 남아있는 현철씨의 강력한 반발도 검찰에는 부담이었다. 그는 국회청문회에서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한 직후 권영해 안기부장과 극비회동, 대책을 숙의하는 등 구속을 면하려 했던 것 같다. 또 고교동문 기업인들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측근을 통해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활동비였다』고 해명하며 검찰수사에 맞불을 놓았다. 검찰 고위관계자가 『검찰의 확고한 수사의지와 국민적 성원이 없었다면 소환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외압은 거셌다. 수사팀의 자세가 새삼 평가되는 것도 권력핵심부와 정치권의 유·무형 압력을 과감히 뿌리치는 의연한 자세 때문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아들을 소환함으로써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누구도 법앞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동안 제기된 비리를 숨김없이 밝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일이다. 검찰은 차제에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선언」을 하고 엄정한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이번 수사에 목숨을 걸었다』는 심중수부장의 각오에 걸맞는 수사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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