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 차량」 한동안 시내 배회/수사진 전·노씨 조사때만큼 긴장/박경식씨 “인간적으로는 안됐다”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사법처리가 전제된 피의자 자격으로 조사하고 있는 대검 주변은 95년 전직 대통령 조사 당시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현철씨는 이날 일찌감치 승용차편으로 집을 출발, 대검청사에 이르기 전 한동안 시내를 돌면서 착잡한 심정을 정리했다.
○…심중수부장은 밤 10시50분께 집에 들어가며 수사진척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수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말해 현철씨가 검찰이 증거를 확보한 혐의는 순순히 인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곧이어 퇴근한 김수사기획관도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구속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직답을 회피하면서도 『수사는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하오 김현철씨 출두직후 곧바로 11층 중수부 조사실에서 신문에 들어갔다. 조사는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이 현철씨를 신문한뒤 수사검사들이 교대로 자신의 「전문분야」를 집중 추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대검 관계자는 『현철씨에 대한 호칭은 「피의자」로 하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 주임인 이과장이 직접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기수 검찰총장은 아침 출근직후 최명선 차장과 심재륜 중수부장 등 수사간부들로부터 현철씨 조사와 관련한 사항들을 보고받고 주례 대검과장회의를 마친뒤에는 거의 내내 외부손님들을 피한채 사무실에 칩거했다.
심 중수부장은 특히 이날 아침 김상희 수사기획관을 비롯한 수사팀과의 전체회의에 앞서 이례적으로 사건 주임검사인 이3과장을 따로 불러 10여분간 독대하며 신문내용 등 조사준비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날 하오 1시30분께 현철씨가 탄 승용차는 지난 2월21일 첫 검찰출두 때와 마찬가지로 서울 종로구 구기동 하이츠빌라의 뒷출입구를 통해 빠져 나왔다.
현철씨가 탄 검은색 쏘나타Ⅱ 승용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던 국내외 취재진 1백여명이 몰려들었으나 현철씨는 입을 굳게 다문채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승용차는 경호원과 경찰이 기자들의 접근을 제지하려 몸싸움을 하는 사이 쏜살같이 큰 길로 빠져 나갔다.
○…「김현철 정국」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G남성클리닉원장 박경식씨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를 진료했으나 틈틈이 뉴스를 청취하는 등 현철씨 소환에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정신적 고뇌가 심했던 듯 눈에 띄게 수척해진 박씨는 『10년동안 교우해 온 지인인만큼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다』라며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혼란을 일으킨 현철씨 잔존세력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청문회 이후 체중이 5㎏이나 줄었다고 밝혔다.<김동국·이영태 기자>김동국·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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