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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시설보다 가정보호 바람직/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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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시설보다 가정보호 바람직/치매

입력
199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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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장애에 언어·시공간능력 장애 동반/정신과적 증상땐 약물투여로 효과볼수도치매는 기억력과 함께 다른 지적능력이 감퇴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 질환은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알려져 왔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생기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겼으나 20세기 이후에는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 감퇴와는 구별되는 특별한 질병으로 이해되고 있다. 치매는 정확한 원인을 몰라 근본적인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치매치료를 위한 많은 약물이 개발돼 임상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효과가 입증된 약은 드물며, 뇌의 아세틸콜린 활성도를 높여주는 인지기능 개선제 「태크린」 등이 있을 뿐이다.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항정신병약물이나 항우울제 등을 투여, 증상의 호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임상경과에 따라 증상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가정에서 보호하거나, 주간치매센터 치매전문요양원 치매전문병원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매의 임상적 특성이 대부분의 경우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환자를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치매환자를 위한 치료관리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치매의 초기증상으로는 기억력장애가 두드러진다. 그러나 치매가 단순한 건망증과 구별되는 것은 언어장애 및 시공간능력의 장애가 함께 동반된다는 점이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이같은 인지기능장애는 일반인에게 쉽게 관찰되지 않고, 전문가에 의한 신경심리학적 검사나 특수 뇌영상촬영을 통해 발견될 수 있다. 이상의 검사에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발견돼도 임상적으로 치매라고 진단내릴 수 없는 경우에는 6개월 내지 1년 간격으로 전문가의 추적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치매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이를 완전 예방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몇가지 요인들에 대해서는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노인, 특히 나이든 여성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밖에 알코올 두부외상 등도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치매의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낼 수 있는 생물학적인 지표로 아밀로이드 등의 특수단백질이 있다. 이들 단백질은 치매 발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 이런 특수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치매가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가까운 미래에 치매의 조기진단 및 예방법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확실히 개발되기 까지는 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하듯이 일정 연령이후에는 인지기능 장애에 관한 정기검진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치매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적으로 치매가 생길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더 중요하다.<우종인 서울대 의대 교수·한국치매협회 부회장>

◎치매를 예방하려면/독서·바둑 등 지적활동 꾸준히/고단백음식 섭취도 필수적

평균수명의 향상으로 노년기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으나 노인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장애도 많아졌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노인성 치매이다. 치매란 「뇌가 충분히 성숙한 이후 어떤 기질적 병변에 의해 기억력장애 언어장애 행동장애와 지적능력의 소실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즉 인지기능에 장애를 보이는 후천적 임상 증후군」이다. 인지기능은 지식을 획득하고 체계있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검색해 사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어떤 이유로 치매에 걸리면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인격이 황폐화한다.

그러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치매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조직의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뇌세포 안팎에 축적돼 뇌 신경세포를 죽임으로써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건강한 뇌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치매 예방법이다. 우선 머리를 충분히 활용하자. 뇌 신경세포에 지적 자극이 가해지면 신경가지가 두터워지고 회로가 넓어져서 신경의 흥분을 제대로 전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없이 지내는 것은 좋지 않다. 일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대접만 받으려는 태도는 뇌 신경세포의 원활한 활동을 방해, 치매를 촉진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는 한편 독서 바둑 장기 전자게임 등의 지적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의 부도옹 덩샤오핑(등소평)은 사망 며칠전까지 브리지게임과 수영을 즐겼다. 쉴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뇌 신경세포가 과도한 자극을 계속 받으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불응기」가 온다. 뇌세포가 피곤하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고단백 음식 등 균형있는 식생활도 중요하다. 잘 정돈된 기억은 신경전도가 일어나는 시냅스(Synapse)회로에서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며, 이런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단백질 합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단백 음식으로 이같은 단백질 합성을 원활하게 하자. 과도한 알코올은 물론 해롭다. 시냅스 회로를 마취시켜 기억 저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머리외상, 특히 의식 상실이 동반된 외상은 치매를 촉진하는 위험인자이다. 머리 부상자들의 뇌조직에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발견된다. 머리외상은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다. 복싱 등 머리 손상을 초래하는 운동도 위험하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운동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얻었다. 파킨슨병 환자의 25∼40%는 치매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게 뇌졸중(중풍) 등 뇌혈관 장애이후 오는 혈관성 치매이다.

나이 들면 뇌동맥에 혈전이 생기고 탄력성이 떨어져 혈관이 파열되기 쉽다. 따라서 고혈압 동맥경화증 고지혈증 심장병 등에 걸리지 않도록 콜레스테롤이 많거나 짠 음식, 혈관을 좁게 만드는 담배나 커피 등은 피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뇌혈관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기백석 중앙대 의대 교수·중앙대필동병원 정신과>

◎치매환자의 가정간호요령/존경과 사랑으로 보살펴야/엉뚱한 행동도 이해하자/가족들과 함께 정시식사를/연락처 적힌 팔찌 등 긴요

우리나라는 치매환자를 대부분 가정에서 돌봐야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어려움이 크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가족의 간호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적적인 측면도 있다. 치매환자의 가정간호 요령을 소개한다.

먼저 치매환자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치매에 걸리면 지능수준이 점차 떨어지면서 주의력과 판단력이 저하돼 시간 사람 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없어지고 자기가 한 일이나 생각을 1초 후면 잊어버린다. 이 때문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성격도 거칠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 와중에도 의식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일부러 말썽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은 자기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가족들은 환자가 엉뚱한 사건을 일으키더라도 끝까지 어른으로 대하고 존경해야만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어린이나 동물같은 행위를 한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경멸하면 환자는 가족들의 그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해 섭섭해하고 마찰을 일으킨다. 가족들은 치매라는 질병을 미워하더라도 환자는 반드시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치매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불면증이다. 낮과 밤을 구별못해 밤에도 활동하는 수가 많다. 이는 낮동안의 운동부족이나 추위 허기 갈증 등이 원인이다. 또 치통 관절통이 원인 일 수도 있으므로 잘 보살펴야 한다. 밤에 눈이 떠지면 깜깜하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끼므로 작은 등을 밝혀주거나 곁에서 같이 자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치매환자는 잘 먹지 않고 아기처럼 밥을 갖고 놀기도 한다. 이 때는 밥을 먹여주듯이 밥과 반찬 먹는 순서를 차례로 알려줘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져 다음 동작을 연결하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식사를 끝낸지 얼마 안돼 또 밥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기억력 감소로 식사시간을 잊었거나 무료한 시간을 먹는 일에 집착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식사 후라도 누가 밥을 먹으면 달라고 조른다. 따라서 가능하면 정해진 시간에 식구들이 함께 식사하는 것이 좋다. 치매환자는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연락처와 이름을 적은 카드를 주머니에 넣어주거나 팔찌·목걸이에 전화번호 등을 새겨 놓아야 한다. 환자는 목욕 양치질 세수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도 잘 잊어버린다. 이 경우 강압적으로 시키지 말고 최대한의 존경과 예의를 지키면서 권해야 한다. 한 번 거절하면 일단 물러났다가 조금 후 다시 권하는 식으로 되풀이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김주희 한양대 의대 교수·간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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