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열매 술에 산나물 안주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철따라 계절감이 절정을 이루는 곳과 먹거리가 있는 곳을 제 때 찾아가면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나들이가 된다.
5월에는 강원도의 산채가 절정이다. 그중에도 가장 실하고 맛있는 나물이 나는 곳으로 손꼽히는 점봉산의 산채는 6월 초순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에 맞추어 맑은 계곡바람을 쐬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산채와 산열매술로 계절의 절정을 만끽하는 나들이는 생각만해도 산소처럼 신선하다.
설악의 대청봉과 오대산 준령을 좌우로 바라보고 앉은 점봉산(1,424m)은 능선들이 차로 달려도 좋을 만큼 파란 초지를 이룬다. 그리고 그 초지에는 각종 산채가 제철에 맞추어 마치 밭을 이룬 듯 돋아난다. 5월 초순의 얼레지를 비롯해 중순부터는 참나물과 곰취가 나고 이어 곤드레와 고비, 참취 등 10여 가지의 나물이 줄을 이어, 어떤 것은 따내는 기간이 불과 5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5월 중순이라지만 아직도 간간이 눈발이 비치는 이곳 산채막 사람들은 1년 중 가장 숨가쁜 날들을 보낸다. 나물을 알맞은 시기에 따내 신선할 때 데치고 신선한 바람에 잘 말려야 제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에나 하산하는 산채막 사람들은 새벽 안개속에서 이슬밭을 누비며 나물따기를 시작해 점심에 한번 산막에 들어와 나물을 풀어놓고 해질 무렵에 한 차례 더 나가 밤에 돌아온다. 한 사람이 하루에 6∼7만원의 벌이가 된다.
온갖 나물을 시식할 수 있는 점봉산 쉼터(0365―461―1858)는 매년 이맘때면 이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발길로 분주해진다. 점봉산 쉼터는 나물이 가장 많이 나는 「채목」에 산채막을 설치한 박병호씨의 부인이 직영하는 곳이다.
서울에서 가자면 인제에서 내린천을 따라 한계령으로 오르는 필례계곡의 16㎞쯤 거리에 올라앉아 있다. 교실이 두 칸뿐인 분교와 옛 화전민들의 집을 고쳐지은 민박집 서너곳이 모여 마을을 이룬다.
몇해전 이 계곡을 지나는 산길이 말끔하게 포장돼 승용차로 손쉽게 오를 수 있고, 벌써부터 동해북부 설악과 낙산으로 가는 단체관광객들은 이곳 산간 마을을 경유지로 삼아 산채로 점심을 먹고 간다. 하지만 처음 이곳을 지나는 일반 여행자들은 이런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의아한 듯 차를 멈추려다가도 대개는 그냥 지나쳐가는 오지다.
방을 미리 예약하고 가면 맑은 계곡 근처에 묵으며 3㎞거리의 필례약수를 오르내리고 계곡 가득한 물소리와 함께 잠들고 새소리에 잠을 깰 수 있다. 「나물먹고 물마시며」 사는 멋이 그리우면 지금 필례계곡에 가면 된다.
◎먹거리/구수한 얼레지국·곰취쌈 별미
점봉산 쉼터는 집 앞을 지나는 외지인들이 혹시 점심식사라도 하고 간다면 하는 마음에서 간판을 내걸었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관광객들로부터 방 예약문의가 줄을 이어 10인실은 방이 모자라는 경우가 종종 생겨 이웃으로 손님을 보내기도 한다.
파란 쌈감을 곁들인 산채정식이 7,000원, 비빔밥이 5,000원, 솔막국수가 4,000원이다. 이처럼 산채 일색의 상차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고 맛도 비교할 데가 없다.
구수한 얼레지국과 곰취쌈은 독특한 향이 몸에 스며들며 입안에서 내내 향기가 배어난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별을 보며 산채안주로 산열매술을 따르는 산골의 밤은 별천지나 다름 없다.
◎가는 길/인제 합강교 검문소서 우회전
서울에서는 양평과 홍천을 거쳐 인제에 이르고 인제읍을 벗어나 1㎞쯤 달리다 합강교 앞 검문소에서 우회전, 다리를 건너 현리 방향으로 들어선다.
내린천 물길을 끼고 18㎞쯤 오르다가 하답교 앞에서 좌회전해 오른다. 13㎞쯤 쌍다리 앞 삼거리에서 표지판을 따라 한번 우회전한다. 이 길을 따라 3㎞ 더 오르면 점봉산 쉼터다. 계속 오르면 한계령 휴게소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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