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부 독식… 혼란의 주범” 총선 이슈로프랑스 권력엘리트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에나)의 존폐문제가 프랑스총선의 이슈로 논란을 빚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비롯, 알랭 쥐페 총리,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수 등 정·관·재계에 걸쳐 최고의 엘리트들을 배출한 에나가 선거 캠페인 기간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 선거전의 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25일 총선을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정치판에 대한 염증과 함께 에나의 역기능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에나를 즉각 폐교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각당의 일부 후보들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현재 프랑스의 경제사회적 위기와 혼란의 주범이 에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나학맥이 정치 경제 관료사회의 권부를 독식, 엘리트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현실감각을 잃어 국민과 정책이 서로 겉도는 이른바 프랑스병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집권 우파연합(RPR―UDF)의 일부 의원들도 『에나출신들이 정치적으로 무책임하고 사회적으로는 민심과 유리되어 있다』면서 폐교를 촉구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 무관심한 이유중 하나가 에나출신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권력체제에 대한 염증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야의 핵심인사들이 에나출신인 마당에 어느쪽이 승리해도 국민과 호흡하는 개혁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팽배하고 있다. 에나에 대한 비난과 불만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에나출신이 프랑스를 「지배」해 온 데 대해 불만이 잠복해 있었으나 이번 선거분위기를 타고 급기야 폭발한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도 95년 대선 당시 『에나출신들이 특권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일보다는 아첨에 재능을 갖고 있다』고 자아비판한 바 있다.
엘리트 관료 양성을 목적으로 45년 창설된 에나는 프랑스 최고의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의 하나로 연간 졸업생이 120여명에 불과하나 이들 소수엘리트들이 각계의 최상층에 포진하고 있으며 2명의 대통령과 3명의 총리를 배출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