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정책조율·유사사례 연구 강화통일원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안선국(48)씨 일가 등 14명의 탈북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종합적인 정책 재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통일원의 「통합대비 계획」을 중심으로 북한의 대량 난민사태 발생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합대비계획 중 난민에 대한 「이주자 대책」은 휴전선 일대와 해상 봉쇄를 통해 난민 유입을 통제·관리하고 이후 임시수용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의 지원 아래 난민들을 각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계획들은 현실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도상훈련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우선 지난해 제정한 제한적 규모의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그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통합대비계획 등의 법제화 방안도 재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난민수용 대책을 법제화할 경우 실제 운용하면서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지만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의나 국내 관계당국간 업무 협조도 난민 대책 수립의 과제다. 일단 대규모 보트피플이나 탈북자가 발생할 경우 이들의 이동로는 남한쪽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쪽도 유력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한 사전 정책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7년 김만철씨 일가 11명의 미쿠니(삼국)항 도착 사건 등을 겪은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으며, 중국도 북·중 국경지대에 위장 탈북자 수용시설을 건립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탈북자들이 주변국을 경유할 경우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이들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수용해야 할 동포라는 점에서 국가간 사전 정책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독일·베트남·쿠바·보스니아·르완다 등 난민사태 발생 지역 및 난민 수용에 대한 사례 연구를 강화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동독, 쿠바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난민 발생이 즉각적인 체제붕괴로 이어진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난민 문제가 남북관계의 불안요소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북 접근안이 필요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남북 적십자 대표 접촉 등 남북간 교류·협력이 활성화할 경우, 엉뚱한 탈북자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치밀한 사전준비가 요청된다는 것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구서독은 재정지원이나 비밀협상 등을 통해 구동독 당국과 탈출자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했다』며 『우리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 당국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