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임금, 금리, 땅값, 물류비 등 생산요소 비용이 비싸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가 기술수준 등이 낮아 부가가치가 높지 않으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이제는 지난해의 불황을 계기로 채산성의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제조업이 위기에 부닥쳤다 하겠다.한국은행의 「96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은 평균적으로 1,000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고작 10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됐다. 매출액 이익률(경상)이 0.99%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3.6%에서 급락했다. 82년(0.87%) 이후 가장 저조한 것이다. 특히 섬유 등 경공업부문의 경우는 마이너스 0.5%로 72년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보여줬다. 이 부문은 지난 한해동안 글자 그대로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 된다.
그럼 제조업만이 수익성이 나쁜가. 그렇지 않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은 매출액 이익률이 각각 0.67%, 0.56%였다. 제조업보다 더욱 나쁘다. 연 두해동안 계속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의 악화추세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높은 금융비용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이 차입금 평균이자율의 하락(11.7%에서 11.2%로)에도 불구하고 5.57%에서 5.84%로 높아졌다. 한마디로 차입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금융비용 문제를 놓고 정부·한은과 재계 사이에 금리논쟁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이자부담의 경감을 위해 돈을 풀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정부·한은은 기업들이 먼저 빚부터 줄여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측의 주장은 경영난을 덜어보려는 이기주의적 견강부회라 하겠다. 금융부담의 경감은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적인 치유법을 써야 한다. 빚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1,000원어치를 팔아 이익이 겨우 10원 나는데 지불이자가 58원이나 된다면 금융부담이 지나치게 높다.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차금경영」이라 할 정도로 차입금의 의존도가 높아왔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17%로 그 전년도의 286%보다 악화됐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은 각각 562%, 510%로 제조업보다도 더욱 나쁘다. 국내 제조업부채비율은 일본(94년 286%), 대만(94년 209%) 수준보다 크게 높은 것이고 미국(94년 87.2%)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국내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30대 재벌그룹들 평균이 제조업 평균보다 훨씬 못한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평균 449%, 그 전년도의 387%보다 58%포인트나 악화된 것이다. 빚이 이처럼 자기자본의 4배나 돼가지고는 높은 금융부담 때문에라도 채산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세계의 무한경쟁에 견디어 낼 수 없다. 국내경제에서 빚 얻어서도 노다지를 캘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차금경영체제를 서둘러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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