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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 교사 김진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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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 교사 김진영씨

입력
1997.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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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청소년의 ‘언니… 엄마…’/교실·교과과정도 없이 전셋방서 함께 생활하며 대화 나누는 공동체/주위만류 심할때면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언니는 엄마같다 소리에 마음이 눈녹듯 풀리지요지난 9일 경기 안산의 한 초등학교 봄운동회. 또래 6학년 아이들보다 한 살 많은 수영이(13·가명)는 달리기 대회는 뒷전이고 「언니」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느라 바쁘다. 새어머니와 살 때 제대로 운동회에 참가해 본 적이 없는 수영이는 김밥을 싸들고 찾아온 「언니」가 너무 고맙다.

서울에서 1년전 가출해 안산의 뒷골목을 떠돌던 수영이에게 김진영씨(25·여)는 「언니」이자 「엄마」이고 소중한 선생님이다. 김씨는 7개월전부터 가출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들꽃 피는 학교」(교장 김현수 목사)에서 일하고 있다. 가출 소녀 3명과 700만원짜리 전세방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이다.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긴 하지만 교실도 교과과정도 없어요. 다른 대안학교와는 달리 정규 학교에 다니길 원하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보내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가정과 사회가 포기한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삶의 소중함을 스스로 깨달아 가는 작은 공동체에요』

「들꽃 피는 학교」는 3년전 교회에 몰래 숨어들어와 자던 집없는 아이 8명을 모아 기르면서 꽃피기 시작했다. 돌보는 사람 없이도 예쁘게 피어나는 들꽃처럼 고운 심성을 지닌 아이들로 키우겠다는 뜻의 이름이다. 자립 기반을 만들기 위해 김목사집 부근에 「들꽃 피는 화원」도 마련했다.

학생은 모두 8명. 나머지 5명은 김목사 부부와 함께 산다. 수영이 말고도 부탄가스를 마시다 폭발사고를 당해 얼굴을 심하게 다친 미정이(16·가명), 카드빚에 몰려 집나간 홀어머니와 연락조차 되지 않는 혜숙이(13·〃)가 김씨의 학생 겸 가족이다. 둘 다 술집이 밀집해 있는 원곡동 일대를 배회하다 이곳에 왔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두 아이는 화원에 나와 꽃꽂이를 배우고 있어요. 사회에서 생존해 나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수정이는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큰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지만 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는 혜숙이는 기술을 배워 미용실을 차리는 것이 꿈이다. 미정이는 성형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겠다는 말을 자주 해 걱정이지만 다행히도 성격은 밝다.

『아이들이 빈정대거나 쏘아 붙일 때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고 후회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어요. 하지만 「언니는 잔소리도 많고 혼내기도 잘해 꼭 우리 엄마같아요」라며 기대 오는 아이들을 보며 견뎌왔죠. 어버이날 꽃과 인형 선물을 받고 겉으론 웃었지만 눈물이 날 뻔했어요』

재원과 시설문제 때문에 더 많은 가출청소년을 끌어 안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99년까지 시설과 교사를 확보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학교로 만들 계획이지만 아직 어려움이 많다. 김씨는 올 10월 결혼하는 남편과 함께 약물에 찌든 남자 아이들을 포용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화상을 입기전에는 예쁜 아이였던 미정이가 한번은 자기 모습을 꽃으로 그렸는데 가시가 많은 장미가 불길에 휩싸인 그림이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장미 줄기 아랫부분에 새싹이 그려져 있는 거예요. 미정이는 요즘 자기도 어른이 되면 저처럼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해요』<이상연 기자>

◎“교단정화는 교사 손으로”/깨끗한 교육현장 만들기 자정운동 확산/촌지 안받기/부교재 강매 안하기/학부모와 전화 안하기/“학부모·학생·당국도 적극 도와야”

『교단 정화는 교사들의 손으로 이루겠습니다.』

교사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깨끗한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는 자정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교단을 정화하고, 실추된 교권을 되세우는 데 교사들이 앞장서겠다는 것.

광주 서산초등학교 교사 64명은 지난 3월 ▲촌지·향응 거부 ▲부교재 알선 및 강매 안하기 ▲환경정리 지원 강요 안하기 ▲학습자료 단체구입 안하기 ▲학부모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전화통화 안하기 등을 다짐하는 자정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학교 일부 교사들이 부교재 채택과 관련,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발각돼 처벌을 받은 데 대한 반성의 의미였다.

일부 교사들의 부끄러운 행동이 불붙인 교육자정의 바람은 광주 전역으로 확산됐다. 서산초등학교에 이어 대성여고 등 광주의 초중고교 교장과 교사 300여명이 교단자정 선언문을 발표하고 촌지와 교육 부조리 추방을 다짐했다. 광주 중등교장협의회도 학습교재 부조리 근절을 위해 부교재 채택때는 학교 선정위원회에서 골라 학교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결의했다. 그래도 어쩌다 부교재와 관련해 금품등을 받게 될 경우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학교 공동체 자정운동에 가야·동광 초등학교 등 시내 200여 초중고교가 참여했다. 교사들은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결의와 함께 학부모의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학교 방문을 연 1회로 제한하고 학부모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소풍을 학년별로 나누어 떠나는 등 구체적 조치도 실천하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은 자정운동이 시작된 후 시교육청에 두고 있는 교직사회 부조리신고센터에 접수된 교단 부패사례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목포지역 22개 초중고교 교사 160여명도 지난해 촌지거부 선언을 하고 교육 자정의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전에서도 일선학교를 중심으로 자정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교사들 스스로 촌지거부 결의 등을 통해 교육바로 세우기 운동에 나선 대전 문정초등학교 김진보 교감(54)은 『교단 정화에 앞장서는 교사들에게 오히려 「부조리의 온상이었던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 며 『스스로 교육현장을 깨끗이 하겠다고 나선 교사들을 학부모와 시민들이 적극 격려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민단체 등을 통해 자정 운동에 나서는 교사들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교사모임은 92년 10월부터 촌지추방운동을 전개해왔다. 교사들은 스스로 촌지거부에 앞장설 뿐 아니라 학부모 동료교사 등을 대상으로 촌지의 교육적 악영향을 호소하는 운동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교육운동협의회」(정교협)를 통해 현장교사 위주의 교육개혁 세미나도 열고 있다.

실천운동 교사모임 송인수 대표(33·삼성고 교사)는 『교육현장의 부패와 부조리를 뿌리뽑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들 스스로 자기개혁에 나서는 것』이라며 『교사들이 스스로 일으킨 교육 자정의 단초가 헛되지 않도록 학부모, 학생, 교육당국 등이 적극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우리가 선생님이 되면…”/‘예비교사’ 서울교대생들 노래극 통해 각오 다져

9일 하오 6시30분 서울교대 합동강의실에서는 노래극 「우리가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은」의 막이 올랐다.

도종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같은 제목의 노래로 시작된 극은 「촌지 안받고 아부 잘 못하는」 교사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들어 가는 형식으로 잔잔하게 흘러 갔다. 극이 중반을 지나면서 주인공은 촌지를 받아 재테크까지 하는 동료 교사와 비교되고 아이들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다 아내에게 핀잔을 받는다. 그러나 극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가름하지 않고 그대로 끝난다. 이 노래극을 기획한 서울교대 노래 동아리 「햇살」의 박마리아씨(21)는 『극의 결말에 대한 판단은 일부러 우리 예비교사들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대학에 다니는 예비교사들은 그러나 교육현실에 대한 고민보다 더 큰 부담이 있다. 서울교대 동아리연합회장 정미란씨(20)는 『임용시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대부분이 2학년때부터 학원에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임용고사 합격률이 50%정도라 적체도 심하고…. 모두가 「대학교에 왔는지 고등학교에 왔는지 모르는」 형편이죠』

그런데도 서울교대의 동아리 활동은 어느 대학보다도 활발하다. 농어촌개발연구회 어린이교육문화연구회 교육매체연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동아리가 있다. 총학생회는 매년 어린이날에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어린이 한마당」을 펼치고 틈나는 대로 「참된 교육을 위한 특강」을 마련한다. 현장에 있는 선배들과 교육현실의 개선 방향에 대한 정기토론을 갖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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