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고객 모두 외면32살의 주부 이경진(서울 강북구 수유5동)씨는 얼마전 대형할인매장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카운터점원이 『어머, 젊은 분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네』하는 말에 놀라 돌아보니 줄을 선 20여명중 이씨만 헝겁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3년간 독일에서 살면서 몸에 밴 장바구니 쇼핑 습관이 오히려 「별종」이 된 것이다.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업체의 1회용 쇼핑백사용 줄이기가 시민들의 인식 부족과 당국의 「솜방망이 단속」으로 구호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7∼10일 서울시내 26개 백화점의 1회용 쇼핑백 사용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미도파백화점, 도봉구 신세계E마트, 강동구 수협백화점만이 1회용 쇼핑백을 사용하지 않거나 적법하게 제공했다.
자원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95년초 만들어진 1회용품 사용권고기준은 매장면적 200㎡이상인 백화점과 쇼핑센터는 층별로 별도장소에서 1회용 쇼핑백을 제공토록 되어 있다. 또 식품판매매장은 수분이 있는 제품을 판매할 때만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 등은 각 매장 어디서나 1회용 쇼핑백을 제공하는 등 기준을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서울시는 추석 등 명절과 분기별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적발돼도 과태료가 300만원이하로 낮은데다, 부과 절차가 권고-청문-이행명령-과태료부과로 복잡해 1년에 한번만 과태료를 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단속자체가 형식적인데다 경미한 처벌로 인해 대형매장들은 1회용 쇼핑백 사용에 무신경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백화점 등은 무엇보다 고객들의 반발 때문에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키려 해도 고객들이 1회용 쇼핑백을 요구, 서비스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장바구니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1회용 쇼핑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외면으로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를 무는 실정』이라며 『세일이 있는 달에는 86만개의 쇼핑백을 사용하는 등 매월 7,000여만원을 1회용 쇼핑백 제작에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회용 면도기와 칫솔 등의 제공을 금지한 여관이나 사우나처럼 백화점 등에서도 아예 사용을 금지하거나 판매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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