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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위한 제언/김세원 서울대 교수·경제학(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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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위한 제언/김세원 서울대 교수·경제학(화요세평)

입력
1997.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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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실명제 등 단기처방 안되도록/임시국회 대기 입법안들 처리 신중기해야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체제 자체의 유연성에 있다. 다 같은 시장경제라 하더라도 국가에 따라, 그리고 시대별로 운영의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획경제가 거의 사라진 90년대 초 이후부터 시장경제는 국제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규제완화, 민영화, 경쟁촉진 및 대외개방 등은 시장경제가 동태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체제경쟁 속에서 자국에 맞는 적절한 모형을 선택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일 수는 없다. 시장경제의 틀을 정착시키기 위해 새로운 법 제도들을 도입해야 하며 동시에 이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나 사회현실에 적합해야 한다. 이와함께 중요한 것은 모양새 갖추는데 있지는 않으며 그보다는 법 제도, 또는 정책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할 지의 문제다. 예컨대 일관성 및 정합성의 유지는 물론 민주적, 분권적 의사결정은 시장경제가 요구하는 필수요건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는 6월 임시국회에 대비하여 서둘러 준비하고 있는 다수의(50개 내외) 경제관련 법안을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우선 공기업 민영화의 경우 이것이 과연 시의적절한가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대상기업 중에는 사업의 성격상 민간기업에 맡겨도 좋은 예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영화의 취지가 단순히 대상기업의 생산·경영효율을 높이는데 있다고 한다면 다음 두가지 측면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경제력 집중의 억제이며, 또다른 하나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다시 말해 정부의 의지만 뒷받침될 수 있다면 공기업에 있어서 「소유는 국민」 그리고 「경영은 전문인」 체제가 가능한 한편, 경쟁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소비자 복지증대에 기여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다.

여기서 민영화가 갖는 이점을 결코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장경쟁 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반 제도 및 정책의 수립이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주인 찾아주기」를 반드시 민간 지배주주의 확보로만 이해해서도 안된다.

선진공업국들 내에서도 민영화는 해묵은 과제의 하나다. 영국이 가장 앞서고 있기는 하나 그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다른 유럽제국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경우 민영화에 따른 소유·지배구조에 대하여 쉽사리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지를 모아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하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준비되고 있는 많은 법안들의 취지가 현재 당면한 경제적 곤란의 해소에 두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의 어려움이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제껏 운영해온 시장경제의 틀을 성급하게 바꾸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금융실명제와 관련된 대체입법안이다.

기억도 새롭거니와 다시 등장하고 있는 찬반론은 이미 93년 당시 대두되었던 문제들이다. 또 여러 보완책이 논의되었으나 그중 막상 실현된 조치들은 극히 한정된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실명제 본래의 의의를 손상시킬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담은 개정 대체입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제안정을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을 도우려 한다면 관련 지원책을 강화할 수도 있고 또는 금융시장 여건의 개선을 통해 산업자금을 동원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경제가 지향해야 할 비전의 설정과 함께 단기적 조치, 장기적 정책 및 제도 그리고 보완책들을 상호 구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시장경제의 제도를 설정하는 과제 못지않게 그 운영방법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의 경제곤란이 심각하다 하더라도 단기적 처방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 발전에 지장을 주는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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